울산 동구, 은행나무 암수교체 작업방식 ‘논란’
울산 동구, 은행나무 암수교체 작업방식 ‘논란’
  • 서유덕
  • 승인 2024.03.1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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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동구가 일산해수욕장 일원에 은행나무 암수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교체 대상 암은행나무가 밑동만 남아있다.
울산시 동구가 일산해수욕장 일원에 은행나무 암수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교체 대상 암은행나무가 밑동만 남아있다.

 

-주민 “은행나무 밑동만 남아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아”

-동구 “운반비·공사비 줄이고 예산 절감에도 효과”

“암수교체가 추세라고는 하지만 잘린 나무들이 불쌍하고 보기도 흉하네요.”

울산시 동구가 일산해수욕장 일원의 은행나무 암수교체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나무를 옮겨 심지 않고 베는 방식을 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찾은 일산해수욕장 앞 상가. 도로변에 심어진 가로수들이 밑동만 남긴 채 잘려 있었다.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주에 나무를 베는 것 같아 가지치기를 하는 지 알았는데 나와보니 나무를 밑동만 남기고 다 베어갔더라”며 “오랜 시간 서있던 가로수를 갑작스럽게 베어가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아쉬워 했다.

일산해수욕장에서 산책을 하던 B씨도 “밑동만 남아있으니 미관상으로 보기도 안좋고 도덕적·환경적으로 나무를 자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가로수가 밑동만 남기고 베어진 원인은 동구가 9천만원을 투입해 가로수 정비사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 동구는 가로수 정비사업의 하나로 일산해수욕장 일원에 심어진 암은행나무를 수은행나무로 교체 중이다.

교체작업은 동구 일산해수욕장 일원의 은행나무 62그루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은행나무를 벴고, 오는 25일부터 이곳에 수은행나무를 심는다.

은행나무는 가을철 열매를 맺어 열매가 완전히 익으면 떨어진다. 이때 암나무에 열리는 열매의 겉껍질이 산화하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겨 가을이면 민원이 반복된다. 동구에도 가을철이면 매일 5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나무 잎으로 암수를 식별하는 ‘DNA 성 감별법’이 개발된 2011년 이후 전국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암은행나무를 수은행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울산시는 2015년부터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꿔 심는 작업을 연차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울산지역의 은행나무 2만8천여그루 중 암은행나무를 4천300여그루에서 현재 2천여그루까지 줄였다. 시는 올해에도 150~200여그루의 암은행나무를 수은행나무로 교체할 계획이다.

동구에는 은행나무 총 783그루가 있으며 수은행나무가 568개, 암은행나무가 213개가 있고 단계적으로 교체 중에 있다. 다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암은행나무를 뽑아내 다른 곳에 옮겨심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데 동구는 베어내는 방식을 채택해 빈축을 사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암은행나무를 뽑아서 완충 녹지나 사람의 왕래가 없는 곳에 옮겨 심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라며 “고사 직전 은행나무이거나 뽑기 어려울 경우에만 한정해 나무를 자른다”고 말했다.

동구 관계자는 “일산해수욕장 일원 식당가에 악취가 심하다는 민원이 많이 접수돼 이곳의 암은행나무를 수은행나무로 교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암은행나무를 옮겨 심으려 했지만 악취 때문에 동구지역에 심을 곳이 없었고, 타 지역에 문의했을 때에도 받겠다는 곳이 없어 잘라 미이용 바이오매스(친환경재생 에너지)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은 방식이 운반비와 공사비도 줄일 수 있고 예산 절감에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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