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 일상생활에서도 위험성 평가 (Ⅱ)
[안전파수꾼] 일상생활에서도 위험성 평가 (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1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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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조금 난감해 보이는 높이의 선반에서 뭔가 꺼내야 할 때 어떻게 하는가? 그냥 까치발을 하고 팔을 최대한 뻗은 채 손바닥으로 더듬더듬 찾아 꺼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불안전한 행동이긴 하지만 다행히 별일 없이 원하는 물건을 찾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함께 있던 물건을 떨어뜨려 깨기도 한다. 다른 것으로 대체해도 무방한 것은 사람만 다치지 않으면 괜찮다.

그러나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는 소중한 물건이라면, 보기에도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꺼내려는 시도를 선뜻 하지 않을 것이다. 밟고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찾거나 키 큰 사람에게 부탁하는 등 안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중한 물건은 처음부터 쉽게 꺼낼 수 있는 곳에 보관하는 습관이 근본적으로 안전하다.

필자는 1월 17일 칼럼에서, “일상생활에서 위험성 평가를 의식적으로 해보자!”고 강조했다. 그런데 위험 예지 활동,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등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위험성 평가’라는 용어 그 자체에 이질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여럿 있었다. 유해위험 방지조치로서 ‘위험성 평가’가 아직도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사업장의 근로자를 포함한 일반인의 관점에서 다루기보다는 매뉴얼 상의 개념을 설명한 접근방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험성’이란 유해 위험요인이 사망,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한 위험의 정도를 말한다.

안전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주어진 환경에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불안전한 요소가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본다. 위험성 결정은 이렇게 찾아낸 위험요인이 현실화될 가능성 정도(빈도)와 현실화되었을 때 예상되는 피해 정도(강도)를 각각 추정한 후 이를 조합하여 위험성 수준을 계량화하는 과정이다. 숫자로 표현하는 계량된 위험성의 크기가 미리 정해 놓은 허용 가능한 수준이라면 하려고 했던 행동을 그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잘못되었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위험성이라면 행동하기 전에 주어진 여건을 보다 안전하게 개선할 수 있는 조치를 추가로 실행해야 한다.

이렇듯 위험요인을 찾아내는 행동에서부터 위험성의 크기를 추정을 통해 결정하고,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추는 방법을 찾는 것까지의 전 과정이 좁은 범위의 ‘위험성 평가’다. 일상에서의 판단 과정이 거의 대부분 경험으로 학습된 인간의 두뇌에서 무의식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가 실감하지 못할 뿐이다. 이 결정 과정을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단계적으로 해석하면, ‘위험요인 파악-위험성 추정-위험성 결정-허용 여부 판단-그대로 실행 혹은 더욱 안전한 방법 모색’ 등 위험성 평가의 절차가 실생활에서 작동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위험성 평가는 위험성을 결정하여 감당할만한 수준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실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그 근거가 되는 발생 가능성의 정도와 발생 시 피해 정도에 근거하는 중대성을 판단하는 위험성 추정 단계다. 정량적 자료가 필요하고 계량적 자체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데, 이런 논리적 과정을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가 절차가 인간의 본능적 판단 개념과는 달리 복잡해서 위험성 평가가 어렵다는 인식이 쌓인 것이다. 이를 개선하고자 2023년 중반, 고용노동부가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면서 기존의 계량적 위험성 결정방식 외에 위험요인을 인지한 후 정성적 판단으로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간편한 방식도 소개했다.

위험성 추정과 위험성 결정을 묶어서 직관적으로 단순화시킨 ‘위험성 수준 3단계(저·중·고) 판단법’이 한 사례다. 인간의 판단 개념에 따른 양립성이 확보된 평가방식을 소개하여 이질감을 해소한 것이다. 일상 작업, 일상생활 속 행동 결정 과정을 우뇌가 지배하는 무의식 세계에서 좌뇌의 의식 세계로 이끌어냄으로써, 개인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기 전에 어떤 위험요인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그에 적합한 안전한 방법을 추구하는 위험성 평가 활동이 습관화되기를 기대한다.

최준환 울산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전기안전기술사·산업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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