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울산 화학의 날’ 릴레이 특별기고 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왜 못 도와주나?
[제18회 ‘울산 화학의 날’ 릴레이 특별기고 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왜 못 도와주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1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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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수)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왜 못 도와주나?
▷3월 21일(목) 최우진 SK지오센트릭 전무 = 위기의 석유화학산업, 그 돌파구는?
▷3월 22일(금) 김보찬 S-OIL 수석부사장 = 울산 하늘을 웅비하는 ‘S-OIl 샤힌 프로젝트’
▷3월 25일(월) 장병태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화학적 결합으로 함께하는 울산 원팀
▷3월 26일(화) 김영찬 울산지역산업진흥원장= ‘ESG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본보는 3월 22일 ‘제18회 울산 화학의 날’을 맞아 ‘울산 석유화학산업, 위기를 기회로!’를 주제로 최고 전문가들을 모시고, 20일부터 26일까지 5회에 걸쳐 대 -중소기업 상생협력, 순환경제, 샤힌 프로젝트, 울산 원팀, ESG 경영에 대해 ‘릴레이 특별기고’를 싣습니 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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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새봄의 아침을 연다. 어김없이 또다시 찾아온 봄이 반가워 마음을 다잡고,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되짚어 본다. 제대로 실천한 것보다 목표에 미치지 못한 것들이 더 많아 아쉬움이 다가온다. 누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살아가기 마련이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여본다. 하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될지언정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소소한 실천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제법 큰 결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3년째다.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가 20년 동안 애써 모은 귀중한 데이터를 개방한다는 통 큰 결단을 내린 지 무려 ‘작심삼년’이다. 국내 대기업이 일급기밀을 공유해 지역 석유화학 중소기업들과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획기적인 계획이다. 그런데 국비 확보 불발로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다니. 지역의 중소 석유화학 기업들은 사업 역량이 미비해 대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받아도 뭔가를 만들거나 활용할 능력이 당연히 부족하다. 디지털 전환을 하고 싶어도 비용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런 만큼 국비를 확보해 중간 고리를 만들어 중소기업에 대한 데이터 공유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필자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4차산업혁명 U포럼’에서는 울산시, 울산정보산업진흥원과 함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형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울산 콤플렉스의 정보 공유라는 대결단에서 시작됐다. 석유화학 중소기업과의 상생 발전을 위해 20년간 축적한 설비·안전 관련 내부 데이터를 가공해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이 일급비밀로 분류되는 내부 정보를 외부 업체와 공유하기로 한 것은 국내 최초다.

울산 콤플렉스가 한국형 차세대 설비관리 시스템인 ‘OCEAN-H’를 개발한 지 3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 데이터 공유에는 진척이 없다. 당초 OCEAN-H의 정보를 기반으로 예산을 확보해 지역 중소기업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고 했다. SK 울산 콤플렉스가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지역 중소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AI 학습 데이터와 중소제조 맞춤형 플랫폼, AI 솔루션 구축 등을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

바다 위의 군사기지라 불리는 항공모함은 혼자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모함이 거느리는 함재기와 순양함,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 다양한 선박들이 모함을 뒷받침한다. 선단이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비로소 가공할만한 위력이 나타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들의 집단이 기업생태계다. 항공모함 선단의 일부가 임무에 실패하면 선단 전체가 위태롭듯, 협력기업의 붕괴는 기업생태계를 위협한다. 기업생태계는 공동체로서 경쟁력을 높여야 하나, 대기업이 단기적인 성과에 몰입하다 보면 협력기업에 그 부담이 전이되기도 한다. 협력기업은 대다수가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 제정된 상생협력법을 근거로 10년 넘게 동반성장을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대기업의 협력기업 쥐어짜기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주도의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은 그나마 다행이다. 선단 구성원이 제 역할을 할 때 항공모함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듯, 중소기업이 역량을 배양하고 자기 역할을 다할 때 우리의 기업생태계가 도약할 수 있다. 당장은 입에 쓴 약 같아 보이지만, 지속가능한 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육성한다는 거시적 안목에서 협력이익공유제를 이해해야 한다.

상생협력 사업이 3년간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다.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반까지는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현장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기류가 이어졌다. 그러나 긴축 재정에 나선 정부의 일괄 예산삭감 기조에 밀려, 사업 항목이 없어지고 추진 동력이 사라졌다. 올해는 다시 힘을 내 반드시 사업화를 추진해야 한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기재부의 예산반영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대기업이 지쳐 슬그머니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사업을 놓아버리면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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