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물길 이야기] ‘세계 물의 날’에 호수에 가자·걷자·웃자 ‘湖步而笑’
[말글물길 이야기] ‘세계 물의 날’에 호수에 가자·걷자·웃자 ‘湖步而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1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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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이 동짓날부터 창문 한지에 매일 매화꽃 한 송이씩 그렸다. 봄을 기다리며 소한 대한의 추운 겨울을 보냈다. 새로운 입춘 우수 경칩을 거치면서 따뜻한 봄이 왔다. 창문에는 81송이의 매화꽃이 붉게 만발했다. 창문을 열면 뜰의 매화나무 가지에 꽃이 피어 있었다. 이를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 한다.

‘봄이면 사방에 봄물이 오르기 시작해요. 연한 어린잎에 수줍게 벌어지기 시작한 꽃망울에 습기를 머금고 보드라워지는 흙에 햇살처럼 환한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의 볼에도 봄물이 가득 차올라 사방에 봄 물결이 넘실대는 봄이 저는 참 좋아요…’

3월은 만물이 생동한다. 순우리말 이름은 물오름달이다. 한겨울의 눈과 얼음이 녹아 골골마다 소리를 내며 흐른다. 겨울 얼음장 깨지는 소리, 고드름 낙수 소리, 얼음장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 동굴 낙수 소리, 봄비 적시는 소리… 새 생명에 힘을 주는 물소리의 향연이요 잔치이다.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샘이 된다. 샘이 넘쳐 흐르고 다른 샘의 물과 만나 작은 물길이 되고… 시냇물이 되어 흘러가거나 연못, 저수지, 댐으로 모여든다.

겨울에 눈, 봄에 비가 제때 내려야 그해의 물 걱정(가뭄)을 덜어준다.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 봄 물이 사방에 가득)해야 雨成費(우성비)가 좋은 봄이 된다. 봄볕, 봄바람, 봄꽃, 봄풀, 봄나물, 봄길… 봄이 생동한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春夜喜雨’에서 ‘좋은 비 때를 아는 듯 봄 되자 천지에 생기를 주네(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當春及發生·당춘급발생’라고 노래했다. 또 ‘春望’에서 ‘나라가 망해도 산과 강은 남아 있고 성안에 찾아온 봄에 풀과 나무만 무성하구나(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이라고 읊었다. 관자는 물은 만물의 본원이며 모든 생명의 원질이다(水者何也, 萬物之本原地, 諸生之宗室也·수자하야 만물지본원야 제생지종실야)라고 했다.

물오름달인 3월에는 매년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유엔이 제정·선포한 날이다. 유엔은 1992년 12월 22일 리우환경회의 의제 21의 18장(수자원의 질과 공급 보호)의 권고를 받아들여 ‘세계 물의 날 준수(Observance of World Day for Water)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리고 이 결의안에 따라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하여 1993년부터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부터 7월 1일을 ‘물의 날’로 정해 행사를 개최하다가 UN에서 ‘세계 물의 날’ 행사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자 1995년부터 ‘물의 날’을 3월 22일로 변경했다.

1994년부터 매년 주제를 정하여 각종 행사를 펼치고 있다. 1994년은 ‘Caring for our water resources is everyone’s business’(=우리의 수자원에 대한 관심은 모든 사람의 일이다)였고 2023년은 ‘Accelerating Change’(=변화의 가속화)였다. 올해 주제는 ‘평화를 위한 물 활용(Leveraging Water for Peace)’이다.

30년이 넘은 세계 물의 날 행사는 기념식 위주이고 학술활동, 환경정화 활동 등으로 행사도 미미하고 감동이 적다. 물오름달 3월에 걸맞게 생동감 있는 다양한 활동이 있었으면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여행 가는 달’(대한민국 구석구석 국내 여행을 통한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와 전국의 지자체, 관광업계가 함께 추진하는 캠페인)에 함께 하자. ‘물오름달 여행 가는 달’로 환경부, K-water가 댐 지자체와 협력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참가하자.

강남이 좋으니/ 옛 풍경 눈에 선하네/ 해 뜨면 강가의 꽃들 타는 듯 붉고/ 봄이 오면 강물이 쪽빛처럼 푸르지/ 어찌 강남을 생각하지 않을까(江南好·강남호 風景舊曾?·풍경구증암 日出江花紅勝火·일출강화홍승화 春來江水綠如藍·춘래강수록여람 能不憶江南·능불억강남 * 憶江南(억강남)- 白居易(백거이).

산이든 강이든 자연을 찾아 머물고 걷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자. 환하게 웃는 얼굴들이다. 사람들이여, 봄이 만발한 호수에 가자, 걷자, 웃자- 湖步而笑(호보이소). 새봄에 늘봄, 즐봄, 클봄이 출렁인다.

윤원기 물얘기꾼·漢詩완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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