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봄’ 느끼게 해준 두 거장의 하모니
낭만적인‘봄’ 느끼게 해준 두 거장의 하모니
  • 김하늘
  • 승인 2024.03.1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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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광철·선우예권, 울주문예회관서 독일 시 ‘하이네’ 16편 섬세한 감정 녹여 연주
지난 15일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연광철과 선우예권이 함께한 공연 ‘시인의 사랑’이 열린 가운데, 선우예권과 연광철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난 15일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연광철과 선우예권이 함께한 공연 ‘시인의 사랑’이 열린 가운데, 선우예권과 연광철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난 15일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연광철과 선우예권이 함께한 공연 ‘시인의 사랑’이 열렸다.

‘리트의 거장’ 현존 최고의 베이스 연광철과 한결같이 진실되고 순수한 음악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함께 슈만의 작품들을 노래하는 공연으로 마련됐다.

클래식 음악의 전성기를 누리는 두 거장의 조합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공연은 독일 시인 ‘하이네’의 16편 시에 슈만이 클라라와의 사랑을 맺는 과정을 곡으로 승화시켰고, 앙코르 무대까지 포함해 90분 동안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이며 음악 팬을 사로잡았다.

공연장이 암전되고, 턱시도를 말끔히 차려입은 베이스 연광철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걸어 나왔다.

진지한 모습의 묵직하고 장엄한 목소리를 낸 연광철은 미묘한 강약 조절을 하며 노래를 30분간 끊임없이 이어나갔다.

눈을 지그시 감고, 미간을 찡그리며 음악에 몰입하는 모습은 집중력을 높였다.

이들은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시작으로 ‘다비드 동맹 무곡’, ‘내 고뇌의 아름다운 요람’, ‘나의 장미’, ‘헌정’ 등을 선보였다.

로베르트 슈만을 조명하는 레퍼토리를 선보인 둘은 특유의 차분함으로 곡을 풀어나갔고, 관객들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1부 모든 곡이 끝나자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관객 중에는 ‘하이네’ 16편 시의 원작과 악보를 프린트해 공연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15분의 쉬는 시간 후에는 선우예권이 솔로로 나와 다비드 동맹 무곡을 선보였다.

그는 악장에 흐르는 슬프고 애절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손가락으로 섬세한 감정을 그려내며 곡을 이끌어나갔다.

그들의 조합이 빛나는 커튼콜 시간, 계속된 박수에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듯 여유로움을 내비치며 선우예권은 여러 앙코르곡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어린이정경의 7번곡 ‘트로이 메라이’를 선보였다.

꿈이나 몽상을 뜻하는 ‘트로이메라이’는 2분간 이어졌다. 그가 가진 연주 스타일이 가장 잘 부합하는 곡이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관객 고옥희(61)씨는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구성해 지루할 틈 없이 연주자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연륜과 무대 경험이 묻어난 섬세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를 들려줘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날의 공연은 겨울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따스함을 안겨주는 화려한 기교가 다가오는 봄의 낭만적인 색채로 채워졌다. 연광철과 선우예권, 이 조합이 다시 한번 울주를 찾아오길 소망한다.

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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