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향기] 딸아이의 반장출마에 박수를 보내며
[아침향기] 딸아이의 반장출마에 박수를 보내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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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다. 학교에서는 반장을 선출하는 시기다.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늦둥이 막내 딸아이가 무슨 이유인지 처음으로, “반장을 하고 싶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여러 번 권유했지만, “나서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반장선거에 도전해 보겠다는 변화에 온 가족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리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공약이라면서 겨울방학부터 고심을 거듭하며 수첩에 정리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딸아이는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함께하는 반, △열심히 노력하여 꿈을 이루는 반, △함께 성장하며 열정과 희망을 공유하는 반, △자유로운 의견표현과 다양성을 존중하며 신뢰하는 반’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상적인 반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추진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공약도 발표했다. 졸음방지를 위한 간식박스 및 학습집중을 위한 머리끈 배치 등. “아이들이 피부로 바로 느낄 수 있는 물질적인 공약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남녀 비율이 똑같은 28명의 학급에서 4명이 반장선거에 출마했다. 부모 마음에 “경쟁률이 높아 우리 아이가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다. “입학 후 수업일수로 8일째 되는 날에 반장 뽑기에는 조금 이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중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모인 고등학교라 서로 잘 모르고 개인성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한 명의 아는 친구도 없는 상황이라, 솔직히 우리 아이의 장점과 가능성을 친구들이 알아볼 수 있을지 궁금했다.

투표 3일 전부터 게시판에 반장 후보의 공약사항을 내걸었다. 그런데 게시 첫날, 집안일로 결석할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했다. 아이는 애가 탔다. 한 명의 친구라도 더 사귀어 자신의 표로 만들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찾아왔다. 온 가족이 응원하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학교 끝날 시간이 다 됐는데 연락이 없다. “떨어진 것일까? 아니야. 아직 기다려봐야지!” 아쉬워할 아이를 걱정했다. 예상대로였다. 4명의 후보 중 혼자 나온 남학생이 반장이 된 것이다. 13명 남학생의 몰표를 받아 반장이 되었고, 딸아이는 8표를 받아 떨어졌다며 속상해했다.

반장은 공약준비도 제대로 안 하고, “공부는 못해도 행복한 반을 만들겠습니다”라는 한마디만 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난리다. 자신의 소신발표에는 급우들이 가장 많은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개표 후 남학생들도 “다시 투표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결과에 놀랐다는 말을 전하며 격분했다. 담임선생님도 딸의 속상함을 눈치채고, 다음날 아이에게 위로 말씀을 해 주셨다. 딸아이는 자신의 경쟁자로 반장이 된 남학생이 내키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반장과 일하는 부반장이 되는 것도 거부했다. 하지만 이제는 반장으로 인정하고 리더의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무성하다. 같은 정당에서도 분열과 잡음으로 시끄럽다. 국회의원 선거는 정책변화 및 국가발전과 안정에 영향력이 지대한 중요한 일이다. 국가의 입법기관으로 중요한 정책이 결정되고, 국회의원은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개정하는 권한을 가진다. 국민을 대표하여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감시하며,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한다. 국민은 정말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위해 그리고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으로 정치 자체를 외면하거나 혐오하는 사람도 있다.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온다. ‘훌륭한 사람이 정치에 나서는 걸 거부할 때 그들이 치르는 대가는 자기들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게 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의 권익보다 권력에 눈멀고 당리당략만 내세우는 어리석은 자를 국민의 대표로 뽑지 않는 현명한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으뜸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신중하게 투표하는 일부터다.

김미정 (주)케이연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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