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울산시 동구 방어동에서 볼일을 본 뒤 택시를 타고 일산해수욕장 사거리 방향으로 가던 A씨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방어동 행정복지센터를 지나 화정동 등대 사거리 오르막길을 달리던 중 갑자기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카트를 끌고 도로 위를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었다.
무단횡단도 아니고 도로 한 가운데를 종단으로 걷고 있었던 것. A씨보다 더 놀란 건, 운전대를 잡고 있던 택시기사였는데 그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핸들을 왼쪽으로 급하게 꺾어 피한 뒤 이렇게 말했다. “저 할머니 자식들한테 진짜 뭐 물려주려고 일부러 그러나, 왜 자꾸 저러지”
택시기사에 따르면 여든은 족히 돼 보이는 할머니가 도로를 무단으로 종단하기 시작한 건 벌써 수년째. 방어동 끝자락에 살고 있는 택시기사는 벌써 몇 차례나 무단 종단을 하는 할머니와 마주쳤다고 한다.
그는 “이미 몇 년이나 됐기 때문에 이 근방을 자주 다니는 택시나 버스 운전기사들은 할머니를 다 안다”며 “평균적으로 2~3일에 한 번은 저렇게 무단종단을 하는 것 같다. 다만 다들 운전 중이라 중간에 내리기가 어려워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웠다. 어떨 땐 중앙선도 넘나들기 때문에 계속 방치하면 분명 큰 사고가 날 것이다. 만약 잘 보이지 않는 야간에도 그러면 정말 큰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일부 운전기사들이 구청과 경찰에 전화까지 해서 알린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저렇게 계속 무단종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로부터 제보를 받고 이틀에 걸쳐 현장을 살폈지만 할머니를 목격할 순 없었다.
대신 동구에 거주하는 다른 한 택시기사는 “나도 운전을 하다가 두어 차례 목격을 했다. 놀라서 급하게 차를 세운 뒤 할머니에게 인도로 가셔야 한다고 말을 했지만 들은 체 만체 했다”며 “아무래도 치매가 조금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신원 파악부터 시급하다”고 말했다.
관련해 동구청과 경찰은 무단 종단하는 할머니를 보는 즉시 신고해줄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이들은 “할머니에 대한 민원이 정식으로 접수된 건 없다. 민원이 접수돼도 신원이 파악이 안 된 이상 언제 무단 종단을 할 지 모르는 할머니를 마냥 기다릴 순 없다”며 “따라서 방어동 행정복지센터부터 화정동 등대사거리를 지나는 시민이나 인근 상인들은 할머니를 목격하는 즉시 구청이나 경찰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상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