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에 대한 교원단체의 설문조사
‘늘봄학교’에 대한 교원단체의 설문조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1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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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당국이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힌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너무 급하게 서두른 탓에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을 한 교원단체가 들고 나왔다. 기간제 교사 투입으로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줄여 주겠다던 약속이 빈말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그 속에 들어가 있다.

교사가 늘봄학교 프로그램 강사로 적잖이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가 지난 4일∼11일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전국 2천741개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전교조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1학기 늘봄학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조사에는 전체 늘봄학교(2천741개교)의 22%인 611개 학교가 참여했다. 일부 문항은 복수 선택을 해도 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3.7%(377개교)는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교사(기간제교사와 정교사 등)가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사 직종(방과후 강사, 예술 강사 등)이 늘봄 프로그램을 맡는 경우는 39.5%(277개교)로 교사보다 적었다.

그리고 늘봄학교 행정업무 담당자는 기간제교사와 정교사, 교감을 합쳐 교원이 89. 2%(545개교)로 가장 많았다. 초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기간제교사로 채용한 학교의 42%(94개교)는 교사에게 늘봄 행정업무를 맡기고 있었고, 기간제교사에게만 맡긴 학교는 58%(130개교)에 그쳤다.

또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기간제교사를 채용한 학교의 39%(111개교)는 늘봄 행정업무에 교사를 배정하고 있었고, 기간제교사에게만 맡긴 학교는 60.9%(173개교)에 지나지 않았다. 기간제교사를 채용하지 않은 학교의 55.5%(76개교)는 기존 교원을 늘봄 행정업무에 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늘봄 행정업무를 맡을 기간제교사를 채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물음에 답한 학교의 81%(94개교)는 ‘채용 공고에 지원한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채용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했다는 얘기다.

조사 결과 늘봄학교의 공간 부족으로 업무에 피해를 본다고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A교사는 공간이 모자라 1학년 교실을 늘봄학교로 사용하다 보니 학급에서 한글을 읽을 줄 모르는 학생을 보충 지도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B교사는 늘봄학교 공간으로 과학실, 도서관 등 특별실을 활용하려다 보니 특별실에서 해오던 수업을 줄이거나 교육과정을 무리하게 바꾸었다고 답했다.

전교조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돌봄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고 지자체 돌봄 기관들과 학교 돌봄 연계 방안부터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구한 것이다. 전교조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을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위압적 행정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현실을 직시해서 현장 밀착형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한 말로 들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교육 당국이 ‘털도 안 뽑고 먹으려 한다’는 인상은 제발 남기지 말기를 바란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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