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대의 미스터리 사고, MH370편의 실종
21세기 최대의 미스터리 사고, MH370편의 실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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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14년 3월 8일 새벽 12시 41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이 이륙 후 얼마 안 지나 레이더에서 사라진 사고가 있었다. 이후 여태까지 이 항공기는 잔해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다. 239명의 인원을 태운 대형 여객기가 감쪽같이 사라졌고, 이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수색했으나 아직도 못 찾고 있다. 그야말로 21세기 최대의 미스터리 사고이다. 사고 10주년을 맞아 당시를 되짚어 보자.

MH370편의 트랜스폰더(=항공기 간의 식별을 위한 통신장치) 교신 기록에 따르면, 새벽 1시 6분경 쿠알라룸푸르 공항과 교신을 마친 MH370편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국경을 지나던 도중 갑자기 트랜스폰더가 꺼졌고 곧이어 레이더에서도 사라졌다. 이때가 새벽 1시 22분이었다. 이후 공개된 말레이시아군의 대외비 기록에 의하면 MH370편은 그대로 베트남으로 올라가지 않고 갑자기 서쪽으로 방향을 바꾼 뒤 다시 말레이반도로 접근해 말라카 해협 쪽으로 날아갔다. 이후 새벽 2시 22분경 군의 레이더 범위를 벗어나며 종적을 감췄다.

당시 전문가들은 인공위성이 MH370편의 통신장치가 대기 상태라는 신호를 수신한 걸 이용해 대략적인 추락지점을 계산했다. 여기에 비행기에 탑재됐던 연료량을 고려한 결과, 말라카 해협에서 호주 서부 해역까지의 큰 원호 모양으로 추락 범위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원호는 길이만 해도 수천 킬로미터였고, 폭도 수백 킬로미터에 달했다.

3월 20일 호주 서쪽 인도양 남부 해상에서 항공기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 2개가 위성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호주에서 발표했으나 이는 3월 16일에 촬영된 것으로, 잔해 발견 사실을 공표한 시점에는 이미 수백 km를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되었다. 3월 24일, 말레이시아 당국은 항공기가 인도양 어딘가에 추락했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3월 26일, 말레이시아 당국은 추락 기체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 122개가 찍힌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는 모두 호주 남서쪽 해상에서 촬영된 것이었다. 일본과 태국 위성, 뉴질랜드와 중국 정찰기들도 이 근처 해역에서 부유물들을 잇달아 포착하면서 이 일대가 유력한 추락지점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3월 30일, 해당 지점에서 부유물들을 수거하여 확인한 결과, 모두 쓰레기나 어구로 판명됐다.

4월 6일, 드디어 블랙박스의 전파신호가 감지되었는데, 원호의 북쪽 가장자리 지역이었다. 중국이 최초로 블랙박스 주파수를 감지했고, 이어 호주도 같은 주파수를 감지했다. 하지만 감지한 위치가 미묘하게 달라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알 수 없었다. 호주는 미국으로부터 장비를 지원받아 확인에 나섰다. 4월 11일에 이르러서는 다수의 신호를 확인했고, 이에 따라 수색 범위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4월 14일, 블랙박스의 배터리가 방전되면서 위치 추적은 중단되었고, 블랙박스 신호가 감지된 장소 주변에 잠수정을 투입해 잔해를 수색했으나 안타깝게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결국 2018년 7월 30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수색 포기를 공식으로 선언하면서 이 사고는 영구미제사건이 되었다.

희대의 사고가 난 2014년 3월에서 4개월가량 지난 7월 17일, 이번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항공 MH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친러시아 반군의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의 돈바스 분쟁 중에 발생했다.

연거푸 발생한 대형 항공사고로 말레이시아항공은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아무도 말레이시아항공을 안 타는 것이었다. 다소 부끄러운 여담이지만 사고가 난 다음 해 5월쯤 파리에 출장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문제의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했다. 비즈니스석인데도 국적기의 이코노미석보다 저렴했다. 가격보다도 당시 핫(hot)했던 초대형 기종인 에어버스 380을 탈 수 있다는 설렘 때문에 주저 없이 예약했다. 당연히 ‘미쳤냐?’는 주변의 만류도 많았지만, 여행자보험을 두둑하게 들고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했던 일화도 더불어 생각난다. 아무쪼록 실종된 기체가 하루속히 발견되기를 갈구하며 당시 뜻밖의 사고로 고인이 된 분들의 극락왕생을 빌어 마지않는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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