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이중고, 집단사직서+비상경영
울산의대 이중고, 집단사직서+비상경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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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이하 울산의대)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이 고난의 상황은 끝이 안 보이는 이른바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와 무관치 않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다른 의대도 마찬가지겠지만, 울산의대의 의료업무 공백과 의료 기능의 상실이다. 의료 시스템의 특성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닮아있기 때문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울산의대 교원들의 집단행동, 즉 ‘전원 사직서 제출’ 예고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지난 7일 서울아산·울산대·강릉아산병원 3개 수련병원의 교수 254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긴급 원격총회에서 울산의대 전 교원이 ‘자발적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8일 송고한 뉴스에서 비대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전공의가 빠진 의료진 공백에 교수진이 투입되는 바람에 교수진의 업무 강도가 강해지고 분위기도 좋지 않다”고 병원 내부 상황을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울산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의 경영 상태가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울산대병원은 지난 8일 사내 소식지에 “현재 병원은 전공의 부재 등으로 인한 수술 및 입원환자 감소에 따른 경영악화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글을 올리고 ‘비상 경영체제 돌입’ 사실을 알렸다.

병원의 비상 경영체제 돌입은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긴장과 위협의 요소가 될 수 있다. 병동 통합과 함께 직원 휴가 사용 촉진, 무급휴가 도입, 연장근로 제한, 인원 동결 조치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울산대병원 노조는 이번 결정이 근로조건 악화와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한국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를 두고 밖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의사가 취하는 집단행동 중에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기 위한 지침이 마련돼 있다.” 지난 2일 세계의사회(WMA) 홈페이지에 올라온 입장문 속의 내용이다. 물론 글의 제목은 ‘정부가 초래한 위기에서 의협을 강하게 지지한다’였다.

WMA가 2012년 총회에서 채택한 ‘의사 집단행동의 윤리적 의미에 관한 성명’은 또 다른 음미의 시간을 갖게 한다. 성명은 “의사가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환자에 대한 윤리적·직업적 의무를 벗어나지 못한다”, “대중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필수·응급의료 서비스가 계속해서 제공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울산시민들로서 당장 큰 걱정은 울산대병원의 기능 위축이다. 경영악화의 주된 원인을 이번 사태로 돌리고는 있으나 뒷맛은 어쩐지 개운치 못하다. 중대본이나 병원 당국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병원 당국의 우격다짐 식 압박이 자칫 노조의 더 큰 반발을 불러오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더없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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