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회피용‘인간현수막’ 불법? 합법?
단속 회피용‘인간현수막’ 불법? 합법?
  • 서유덕
  • 승인 2024.03.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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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 게릴라성 홍보 기승에 울산 지자체들 ‘고심’애매모호한 법 규정에 철거 어렵고 법 해석도 제각각 달라 市 “인간 현수막 법 규정 해석 행안부 문의 후 조치하겠다”
울산시 남구 옥동의 옥동초등학교 사거리에 등장한 인간 현수막.
울산시 남구 옥동의 옥동초등학교 사거리에 등장한 인간 현수막.

 

불법 현수막 단속을 피하기 위한 ‘인간 현수막’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애매모호한 법규정 탓에 단속 주체인 지자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울산시 남구 옥동의 대공원정문입구 교차로. 차량 통행이 많은 이곳에서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이른바 ‘인간 현수막’이 펼쳐졌다.

‘인간 현수막’은 통행량이 많은 곳에서 사람이 광고 현수막을 펼치고 들고 서 있는 형태의 게릴라성 홍보 방식이다.

이들은 3인 1조로 운영되며 두 명이 양쪽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있고 한 명이 중간에서 현수막이 접히지 않도록 받치는 형태로 광고를 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대공원정문입구 교차로에서 등장한 ‘인간 현수막’은 오후에는 옥동초등학교 사거리로 이동해 홍보를 이어갔다.

이같은 ‘인간 현수막’은 단속 예방에 따른 과태료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유동인구 및 교통량이 많은 곳을 이동하면서 홍보가 가능하고, 사람을 통한 시선 끌기 등의 효과가 있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는 지난해부터 구군과 합동 불법 광고물 정비반을 운영하며 무질서하게 게시된 불법 현수막을 단속하고 있다. 정비반은 울산 전역을 수시로 점검하며 올해에도 1~2월 1만1천500여건의 불법현수막을 정비했다.

이로 인해 지역에 난립하던 현수막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단속을 비웃는 인간 현수막이 등장해 지자체가 고심하고 있다.

울산시와 울산지역 구군은 이같은 게릴라성 ‘인간 현수막’이 기존의 고정형 현수막과 달리 애매모호한 법 규정 탓에 철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지자체마다 인간 현수막의 ‘불법’과 ‘합법’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옥외광고물’은 공중에게 항상 또는 일정 기간 계속 노출돼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현수막은 건물 등의 벽면, 지주, 게시시설에 매달아 놓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법률에 따라 인간 현수막이 현수막을 설치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도 지자체마다 다른 실정이다.

울산시 중·남·동구와 울주군 관계자는 “현수막을 들고 홍보하는 것은 고정 게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수막 내용이 미풍양속과 청소년의 정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조치가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현행법상 조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울산시와 북구 관계자는 “인간 현수막은 공중에게 일정 기간 계속 노출되고, 사실상 사람이 ‘지주’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철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즉 법률의 ‘공중에게 일정 기간 계속 노출’이란 표현을 어느 정도의 시간으로 봐야할 지와 사람을 ‘지주’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인간 현수막과 관련한 법규정 해석을 행정안전부에 문의한 후 기준을 마련해 구군에 안내하고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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