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길 칼럼] 내외간(內外間)과 문상(問喪) 예절
[김옥길 칼럼] 내외간(內外間)과 문상(問喪) 예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0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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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구분할 때 ‘내(內)’란 아내(婦)를 말함이고, ‘외(外)’란 남편(夫)을 말함이다. 건물로 구분하면 아내가 거주하는 ‘안(內)채’를 말함이요, 남편(外)이 거주하는 ‘사랑(舍廊)채’를 말함이다. 그리하여 남편과 아내를 ‘내외간(內外間)’이라고 한다. 사랑어른, 안어른, 밖(밧)주인, 안주인이란 말은 여기에 기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도 남정네가 죽으면 여자는 문상(問喪)을 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여자가 죽으면 남정네는 문상을 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일가(一家)친척 척당사람은 꼭 문상을 감이 마땅하다. 우리 고유의 예절과 풍속으로는 일가라 할지라도 여성은 여성 상주(喪主=주장이 되는 상제, 상제 중 맏상제)와 상제(喪制=조부모의 상중에 있는 사람)에게 문상을 가고, 남성은 남성 상주와 상제에게 문상을 간다. 우리 가법(家法)에 내외법(內外法)이 있어서 그러하다.

상내(喪內=탈상 전)에는 어디서 만나든 남녀 구분 없이 상주나 상제를 만나면 문상 말을 한다. 세월이 흘러 요즘은 친한 사이라면 내외를 가릴 것 없이 문상하는 것으로 문화가 바뀌었다. 그러나 이성(異姓)일 경우에는 문상을 가더라도 지킬 것이 있으니 바로 굴신례(屈身禮=공수한 자세)를 갖추는 일이다. 상체를 15도 정도로 굽히고 경건한 자세로 잠시 5초~10여 초 동안 있다가 상주와 상제에게 문상을 한다.

문상할 때 하는 말도 구분이 있다. 부모상에는 “대고(大姑)를 당하시어 얼마나 망극(罔極)하십니까?”라고 하면 답(答)으로 “망극하기가 그지없습니다”라고 하거나, “졸연(猝然=갑자기) 상사를 당하시니 얼마나 망극하십니까?”라고 하면 답으로 “시탕 한 번 제대로 못 드려 더욱 망극합니다”라고 한다.

형제상에는 “참적(慘迹=형제·자녀·손자의 죽음)을 보시니 얼마나 비감(悲感:슬픈 감회)하십니까?”라고 하면 “기운이 불길하여 이런 꼴을 당하니 비참할 따름입니다”라고 답한다. 자녀상에는 “참척을 보시니 얼마나 비참하십니까?”라고 하면 비참할 따름입니다“라고 답한다. 또는 중씨(仲氏) 혹은 계씨(季氏=성년이 된 남의 사내 아우의 경칭) 상을 당하시니 오죽 비감하십니까?”라고 하면 “부모 전에 득죄(得罪)한 것이 죄송합니다”라고 답한다.

처상(妻喪)에는 “상사(喪事)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하면 “상봉하솔(上峯下率=윗사람을 봉양하고 아랫사람을 거느림)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답한다. 또 “얼마나 섭섭하십니까?”라고 하면 “신세 한탄(恨歎) 간절합니다.”라고 답한다.

남편상에는 “상사 여쭐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하면 “꿈결인가 합니다”라고 답하거나, “천붕지통(天崩之痛=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 오죽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제가 박복(薄福=복이 두텁지 못함, 팔자가 사나움)한 탓으로 아까운 장부가 요수(夭壽=일찍 죽음)한 것이 한입니다”라고 답한다.

문병(問病) 인사를 할 때는 이렇게 한다. 부모 문병에는 “친환(親患=부모의 병환)이 계시다니 얼마나 근심이 되십니까?” 또는 “시탕(侍湯=조부모의 병환에 약시중하는 일) 중이시라니, 근일(近日)은 어떠하십니까?”라고 물으면 “근일은 좀 차도가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부인 문병에는 내환(內患)이 계시다니, 어떠십니까?”라고 물으면 “내고(內故)가 있고 보니 집안이 말이 아닙니다.”라고 답한다.

또 자녀 문병에는 “아환(兒患=어린아이의 병)이 계시다니 얼마나 걱정이 되십니까?”라고 물으면 “요즈음 조금 차도가 있어 잘 놀고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어른 문병에는 “요즈음은 환후(患候=웃어른의 병의 높임말)가 어떠십니까?”라고 물으면 “천골(賤骨=빈천하게 생긴 골격)이 편할 날이 없습니다”라고 답한다. 참혹한 죽음에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더욱 깊은 예로 받아들여진다.

위에 적은 글은 옛날 우리 선조들이 널리 쓰던 문상(問喪) 예절의 전범(典範=법. 규범)이다. 요즘 사람들은 단어가 어려워서 쉽게 쓸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말들을 기본으로 하여 현대적으로 이해하고 풀어쓰면 교양인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는다.

김옥길 서예가. 예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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