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업무메뉴얼 들여다봤더니…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업무메뉴얼 들여다봤더니…
  • 이상길
  • 승인 2024.03.0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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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업무 관심 집중… “엄격한 수칙 준수”

정부 방침에 따라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울산에서도 이번 학기부터 처음으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의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그들의 역할과 구체적인 업무에 대해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특히 전직 경찰이 투입돼 조사를 벌이는 만큼 전문성 제고를 기대하면서도 학생들을 자칫 범죄자로 다룰지 모른다는 부작용도 함께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각 학교에 배포된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업무메뉴얼을 통해 전담조사관의 역할과 세부 업무를 들여다봤다.

◇전직 경찰·청소년 전문가들로 구성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은 학교폭력 사안의 피·가해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교육감(또는 교육장)이 임명·위촉한 학교폭력 조사·상담 전문가를 말하는 것으로 올해부터는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학교의 초기대응 이후 이들 전담조사관의 사안조사가 이뤄지게 된다.

울산의 경우 강북·강남교육지원청 내 총 45명의 전담조사관이 위촉됐다. 강북교육지원청은 23명(퇴직교원 7명, 퇴직경찰 10명, 청소년 전문가 5명, 퇴직공무원 1명)이고, 강남교육지원청은 22명(퇴직교원 1명, 퇴직경찰 8명, 청소년 전문가 13명)으로 강북의 경우 퇴직 경찰 비율이, 강남은 청소년전문가 비율이 높다.

◇사실 조사·심의위원회 참석 등 억울함 없는 세밀한 피해 조사

전담조사관의 역할은 △피·가해사실 조사 △사안조사 보고서 작성 △학교장(전담기구) 및 교육지원청(제로센터)에 조사 결과 보고 △사례회의 참석 및 조사결과 보고 △제로센터장의 요청에 따른 보완조사 실시 △학교전담경찰관(SPO)에 자문요청 △교육감 또는 교육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 심의위원회 참석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인 피·가해사실 조사의 경우 피·가해학생 및 보호자 면담을 비롯해 추가 학생(학부모) 작성 확인서 접수, 목격자 면담(학생, 담임교사 등), 필요 시 전문가 의견 청취, 증거자료 수집(CCTV, SNS 등) 등을 수행하게 된다.

또 조사 후 작성되는 사안조사 보고서에는 사건개요를 비롯해 경위, 피·가해사실 확인 결과, 학교장 자체해결 요건(피해학생측 동의 여부 포함) 파악 등이 기재된다.

◇미성숙한 학생들 위한 조사관들의 엄격한 업무수칙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전담조사관들이 아직 미성숙한 학생들 간의 폭력사건 조사에 투입되는 만큼 학교폭력 전담조사관들에게는 엄격한 업무수칙이 주어진다.

우선 학교 방문 시에는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증을 상시 착용해야 하고, 약속된 방문 일정과 시간을 준수하고, 항상 미리 도착해 있어야 한다.

또 학교 방문 시 단정하고 청결한 차림과 태도를 유지하면서 흡연이나 음주로 인해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조사 업무 외 학생을 직접 지도, 훈계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업무와 관련한 비밀이나 자료가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 외 △교직원, 학생, 학부모와 언쟁을 하거나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을 것 △조사 중 휴대전화 사용이나 사적인 일을 수행하지 않도록 하고, 긴급한 경우 양해를 구할 것 △불필요한 분쟁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 △학교폭력 여부를 임의로 판단하거나, 조치의 수준을 예견해 언급하거나 안내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조사관 업무는 조사의 전문성과 공정성 확보, 교원의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한 것임을 인식할 것 △학교폭력예방법에 근거한 ‘교육적 절차’로서, 사법적 기능이 아님을 항상 인식하고 업무를 수행할 것 등도 엄수해야 한다.

아울러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전담조사관의 성희롱·성폭력이나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학교 내에서만 조사하고, 외부에서는 일체 학생(학부모)를 만나거나 사적인 연락은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이번 학기부터는 학폭사건이 발생하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조사를 벌이게 된다. 하지만 전담조사관들이 워낙 전문적이라 혹시라도 학생들을 범죄자 다루듯 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다”며 “이에 이번에 선발된 45명의 전담조사관들에 대해선 그동안 관련 교육을 많이 했다. 앞으로 같이 협의해서 학폭사건이 조속하고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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