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보건硏이 ‘흑염소 품종조사’ 나선 까닭
울산보건硏이 ‘흑염소 품종조사’ 나선 까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3.0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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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보건환경연구원이 흑염소 품종 확인조사·연구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품종 확인조사 대상은 흑염소 150마리를 사육하는 울산지역 흑염소 농가 30곳이다.

울산시는 이번 사업이 흑염소의 유전적 다양성과 품종 분석으로 근친교배 차단에 도움을 주고 외국 품종이 국산 흑염소로 둔갑하는 일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확인조사는 흑염소의 피를 뽑아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사업의 목적이 단순한 학문적 성취나 소비자 보호에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약칭 ’개 식용 종식특별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별법이 본격 시행되는 3년 후에 대비해 흑염소고기를 개고기의 대체재로 장려하려는 것이다.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의 주요뼈대는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도살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개를 식용 목적으로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또 같은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다만 이 조항은 유예기간이 3년이어서 시행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작된다.

논란의 불씨를 지핀 문제의 특별법이 개의 사육·유통·도살업에 종사해온 분들에겐 엄청난 타격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런데도 이 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데는 그럴만한 배경이 있다. 반려동물, 특히 개(犬)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이 몰라보게 달라져 가기 때문이다. 변화의 추세는 몇몇 공식, 비공식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양육하는 가구 비율은 25.4%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602만 가구, 1천306만 명으로 추산됐다. ‘네 가구당 한 가구꼴’이란 계산이 나온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만 명 시대’가 2015년에 열린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별법 시행 시기가 3년 뒤라지만 업종 전환을 뒷받침할 정부의 밑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탓이 크다. ‘보신탕’ 간판을 ‘영양탕’ ‘사계절탕’ 등으로 바꿔 달고 생계 터전을 골목으로 쫓기듯 옮겨야 했던 관련업 종사자들이 죽을죄라도 지은 듯 전전긍긍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런 관점에서 울산시보건환경연구원이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시의적절하고 박수를 받을만하다고 본다. “염소고기가 개고기를 대신할 보신용 건강식품으로 인식돼 소비가 늘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의 이 말이 이번 사업의 또 다른 취지를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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