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교사가 아닐 때는 몰랐던, 교사가 하는 일들
[교단일기] 교사가 아닐 때는 몰랐던, 교사가 하는 일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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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학교로 발령받았던 새내기 선생님의 돌잔치(?)가 있었다. 요즘 MZ세대답지 않게 의욕적·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보인 그 선생님이 참 사랑스러웠다. 그 때문에 같은 부서의 선생님들이 교사가 된 지 1년(정확히는 1년 가까이)이 된 날을 맞아 미니 왕관과 케이크로 소박하게나마 축하해 주려고 했던 것이다.

문득 그 선생님이 교사가 되기 전에 꿈꾸었을 교직 생활은 어떠했는지 궁금해졌다. 교사로 일하면 행복하고 보람찬 일도 많지만, 속된말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 순간도 꽤 많다. 대부분 직장이 그렇겠지만 교사 역시 보이는 일만이 전부는 아니다. 보기에는 수업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학부모님과 가끔 통화하는 것이 전부인 듯하지만 그건 정말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러면 교사가 하는 일에는 수업과 학생 지도 외에 어떤 것이 있을까?

교사가 되면 청소 시간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청소를 지도한다. 그리고 교실과 특별실 기자재를 옮기기 위해 정장 차림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힘쓰는 일도 적지 않다. 학교 전체 게시판에 유인물 붙이기는 내가 교직 초년 시절에 부서를 바꾸면서도 3년 동안 따라다닌 업무였다.

각종 공문처리는 말할 것도 없다. 경력이 낮을 때는 밤 9시~10시까지 남아서 일하는 일도 허다했고 토요일, 일요일도 출근해서 주중에 못 했던 업무를 처리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했던 2020년 3월에도, 나는 각종 업무를 처리하느라 8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했는데도 할 일이 많아 일거리를 잔뜩 집에 들고 와야 했었다.

그때는 사실 좀 괴로웠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본연의 일을 하면서 업무처리를 하면 보람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 본연의 일과는 거리가 먼 듯한 단순 업무의 양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사실 믿어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역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위한 일의 하나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각종 연수를 통해 부단히 노력한다. 교사가 다른 직종에 비해 일에 익숙해지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매년 마주치는 아이들이 계속 바뀌고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매년 새로운 사례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수업과 관련된 것 말고도 교사들은 엄청난 양의 필수 연수를 매년 이수해야 한다. ‘이렇게 바쁜데 이런 것까지 들어야 한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마치 물밑에서 발을 동동거리는 큰고니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료 선생님들과 잘 지내는 것, 상급자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배우는 자세를 가지는 것 역시 연차가 높아지면서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들이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우리 반,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부족한데 직장 동료들과 일과 시간 중에 잘 지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역시 모두가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우리 반 아이들을 잘 보살피기 위해 더 많은 선생님과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력이 쌓여갈수록 여실히 느낀다.

각종 민원에 응대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다. 이것 역시 초임 시절에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함께하는 것이 우리 본연의 일인데도 민원에 응대하느라 반나절 이상을 빼앗겼을 때는 ‘내가 지금 뭐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임지는 일도 많다. 특히 담임 교사는 수업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책임을 엄청나게 지게 되어 그 부담감이 상상 밖으로 크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도 마냥 책상에 앉아 있는 것 같지만 그분들이 지는 책임을 양으로 치면 그 무게를 견디시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춘기의 정점을 달리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생기는 여러 속상한 일을 마음으로 삭이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하지만 우리는 교사이기에 이 또한 우리가 가르칠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각종 마인드 컨트롤 방법도 교사들이 고민해야 할 일이다.

모든 직장이 그렇듯, 교사 역시 눈에 보이는 것 외에 할 일들이 참 많다. 하지만 이젠 ‘이런 것까지 내가 해야 한다고?’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 역시 내가 해야 하는 수많은 일 중 하나이며 우리의 소중한 제자들을 위한 일들이니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드물게 들려오는 극소수의 무례한 학부모 민원은 아직도 쉬 받아들여지진 않을 것 같다.

허인선 울산서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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