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과 자유를 지켜내는 ‘교육’­­­의 힘
평등과 자유를 지켜내는 ‘교육’­­­의 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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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장애 없는 몸으로 살아가지만, 어떤 사람은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거나 불편한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 사람의 인권은 날 때부터 주어진 것인데도 성장 환경은 왜 애초부터 다른 것일까? 만약 성장 환경이 개인의 행복을 결정짓는다면 환경이 좋지 못한 사람이 행복에 이르는 길은 없는 것일까?

이 물음에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명확하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자본으로 운영되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처음부터 주어진 환경의 조건들은 점점 개인이 극복하기 어려운 삶의 격차로 받아들여진다. 또 ‘금수저’, ‘흙수저’, ‘다이아몬드 수저’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이것이 개그 소재가 되는 것을 보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 상황이 씁쓸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천도(天道)’가 있다면 착한 이에게는 복을 주고 악한 이에게는 벌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도는 찾기 힘들다며 “정녕 하늘의 도는 있는 것인가?”라고 말한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의 글귀가 떠오른다. 그러나 하늘의 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하늘만 탓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오히려 이 부조리한 현실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다양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으려 애쓰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극복의 방법과 의지의 원동력이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출발선은 달라도 모든 사람에게 하루 24시간은 똑같기에 누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이 변화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는 과거제도나 교육제도가 있어서 부분적이나마 신분 상승이 가능했다. 이처럼 오늘날도 원하는 교육을 누구나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다면 개인의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굴레를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는 모든 이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공동 의무가 있다. 헌법 제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해 놓았고, 교육기본법에도 교육 기회 균등과 보건·복지 증진에 관해 규정해 놓았다.

울산교육청도 이런 시대정신에 걸맞게 ‘학생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를 바탕으로 많은 복지정책을 실천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복지정책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첫째, 초등학교 입학지원금 지원제도다. 아동 양육에 대한 사회의 공동 책무성을 느끼고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매년 3월 울산지역 초등학교 입학생 전원에게 1인당 10만 원을 지원한다. 둘째,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지원제도다. 저소득 가정 학생 등에 대한 실질적 지원으로 교육 기회를 넓히고 계층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학부모 신청과 소득 및 재산조사를 거쳐 선정된 대상자는 1인당 연간 60만원 이내의 지원을 받는다.

셋째, 두드림 학교 운영이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학습 부진 원인을 진단·상담해주고, 학습 코칭을 지원하는 제도다. 교사가 학습지원 교육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학부모가 동의하면 참여가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학습 규모와 지원 학생 수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교부된다. 이밖에도 취약계층 학생 교육비 지원, 다문화 교육 지원, 특수 교육 지원 등 다양한 교육복지정책이 초·중·고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을 통해 모든 사람이 교육 기회를 평등하게 누린다면 자신의 꿈을 온전하게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평등과 자유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지만, 겉으로는 달라 보인다. 그러나 평등 없이는 온전한 자유가 있을 수 없고 자유 없이는 평등을 생각할 수 없으므로 평등과 자유는 불가분의 관계다. 평등이 없다면 자유는 누군가의 박탈감과 억압으로 이어질 것이고, 자유가 없다면 평등은 형식적 동등함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고 모든 이들에게 불공정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태초에 주어진 인간의 의지를 키워줄 수 있는 것이 교육의 힘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부유하고 힘이 강한 나라’가 아닌, ‘문화적으로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했던 것처럼 필자 역시 우리나라가 어느 나라보다 교육의 힘이 가장 강한 나라가 되어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행복을 충분히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최상국 양지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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