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물길 이야기] 좋은 비 시절을 알고 꽃이 봄을 살짝 피우네
[말글물길 이야기] 좋은 비 시절을 알고 꽃이 봄을 살짝 피우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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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비 때를 아는 듯 봄 되자 천지에 생기를 주네/ 바람 타고 몰래 밤에 찾아와 부슬부슬 소리 없이 만물을 적신다/ 들길은 온통 구름으로 캄캄하고, 강에 뜬 고깃배 불빛만 환하다/ 새벽이면 붉게 젖은 곳 보게 되리니, 꽃들이 금관성에 흐드러져 있을 테지.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當春及發生(당춘급발생)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野徑雲??(야경운구흑) 江船火獨明(강선화독명)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 花重錦官城(화중금관성) *杜甫(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

우수(雨水)를 맞아 며칠째 비가 내렸다. 24절기 중 입춘(立春) 다음 두 번째 절기다. ‘빗물’이라는 뜻으로 겨울철 추위가 풀려간다. 대동강 물이 풀리게 되는 날이라는 속담이 있다. 초목의 새싹이 움튼다. 때맞춰 남쪽으로부터 꽃소식, 봄소식이 들려 온다.

옛사람들은 봄의 속살이 보고 싶어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렸다. 가장 추운 동지부터 헤아려서 81일간을 구구(九九)라 했다. 그 수만큼 매화를 그려놓고 하루 한 개씩 홍매화로 채색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았다. 구구가 되는 3월 10일경에 소한도를 걷어내고 뜰 앞에 핀 매화를 맞이했으니 선비다운 멋이요 풍류였다.

春雨風花(춘우풍화). 봄비, 봄바람, 봄꽃을 애타게 기다렸다. 옛글에 “‘이십사번화신풍(二十四番花信風)’, 소한(小寒)부터 곡우(穀雨)까지 스물네 번 꽃 소식을 전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8 절기 소한(小寒) 대한(大寒) 입춘(立春) 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청명(淸明) 곡우(穀雨)마다 3종류의 꽃이 핀다. 모두 24종류의 꽃이 피고 진다. 매화꽃 등이 가장 일찍 피고 모란꽃 등이 가장 늦게 핀다.

1. 매화풍(梅花風, 매화꽃) 2. 산다풍(山茶風, 동백꽃) 3. 수선풍(水仙風, 수선화꽃) 4. 서향풍(瑞香風, 서향화꽃) 5. 난화풍(蘭花風, 난초꽃) 6. 산반풍(山礬風, 노린재나무꽃) 7. 영춘풍(迎春風, 영춘화꽃) 8. 앵도풍(?桃風, 앵두꽃) 9. 망춘풍(望春風, 백목련꽃) 10. 채화풍(菜花風, 유채꽃) 11. 행화풍(杏花風, 살구꽃) 12. 이화풍(李花風, 자두꽃) 13. 도화풍(桃花風, 복사꽃) 14. 체당풍(?棠風, 황매화꽃) 15. 장미풍(薔薇風, 장미꽃) 16. 해당풍(海棠風, 중국사과나무꽃) 17. 이화풍(梨花風, 배꽃) 18. 목란풍(木蘭風, 자목련꽃) 19. 동화풍(桐花風, 기름오동꽃) 20. 맥화풍(麥花風, 밀꽃) 21. 유화풍(柳花風, 버들개지꽃 ) 22. 목단풍(牡丹風, 모란꽃) 23. 도미풍(??風, 찔레꽃) 24. 연화풍(?花風, 멀구슬나무꽃).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은 매화꽃, 동백꽃, 수선화꽃 등이다. 한시를 천천히 찬찬히 한 자 한 자 음미한다. 꽃향기가 저절로 풍긴다. 아름다운 자태가 눈에 선하다.

[매화꽃] “외딴 마을 섣달 눈이 쌓인 채 안 녹으니/ 그 누가 기꺼이 사립문 두드리겠는가? 밤이 되어 홀연히 맑은 향이 전해오니/ 매화꽃 가지 끝에 피었음을 알겠노라.” 臘雪孤村積未消(납설고촌적미소) 柴門誰肯爲相敲(시문수긍위상고) 夜來忽有淸香動(야래홀유청향동) 知放寒梅第幾梢(지방한매제기초) * ‘눈 내린 후(雪後·설후)’ 柳方善(유방선).

[수선화꽃] “날씨는 차가워도 꽃봉오리 둥글둥글/ 그윽하고 담백한 기품 참으로 빼어나다/ 매화나무 고고해도 뜰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 핀 너 해탈한 신선을 보는구나.”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梅高猶未離庭?(매고유미리정체)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 ‘水仙花(수선화)’ 金正喜(김정희).

[동백꽃] “눈 쌓여 송죽(松竹)도 곧 꺾일 태세인데/ 한창 붉은 봉오리들 산뜻하게 피어나네/ 아무도 찾지 않는 고요한 이 산중에/ 이따금 새 날아와 남몰래 꽃을 쪼네.” 雪壓松筠也欲?(설압송균야욕최) 繁紅數朶斬新開(번홍수타참신개) 山扉寂寂無人到(산비적적무인도) 時有幽禽暗啄來(시유유금암탁래) * ‘눈 속에 핀 동백꽃·雪裏山茶(설리산다)’ 張維(장유).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부슬부슬 촉촉한 비 따라 봄은 봄대로 활짝 오듯이 꽃은 꽃대로 살짝 피듯이….

윤원기 물얘기꾼·漢詩완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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