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국어 열정·사랑 전하고 싶어”
“아버지의 국어 열정·사랑 전하고 싶어”
  • 김하늘
  • 승인 2024.02.2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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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故 송상영 선생 아들 송두고씨

유물 기증운동 통해 한글 관련 32점 기증

유품기증 계기 어린시절 아버지의 열정

“한글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해야”

“부친은 인생을 짝수바리(=경남 방언으로 곡물을 말릴 때 다리를 셋으로 해서 넘어지지 않게 세우는 받침)에 비유하면서 후배 교사들과 제자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려는 마음을 갖고 계셨다. 지금은 계시지 않지만 이러한 부친의 열정과 국어에 대한 사랑을 자료와 함께 전하고 싶었다.”

송두고씨는 지난해 외솔기념관이 유물 수집을 위해 추진한 ‘유물 기증 운동’을 통해 외솔 최현배 선생의 대표 저서인 ‘한글갈’과 외솔 최현배 선생이 문교부 편수국장을 지내며 편찬한 국어 교과서 등 32점의 한글 관련 유물을 이달 기증했다.

이 유물들은 모두 송두고씨의 부친 고(故) 송상영 선생의 유품이다. 송상영 선생은 1950년대 중반부터 40여년간 교직에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으며, 한글학회 정회원으로서 국어교육에 이바지했다. 퇴직 후에도 그는 울산의 일간지 한울신문을 통해 ‘우리의 장터’라는 우리말 관련 칼럼을 연재하며 국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부친의 유품을 기증하게 된 계기는 송두고씨가 어린 시절 지켜본 부친의 국어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 24일 울산제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귀중한 자료들을 어두운 곳에서 보관하기보다 우리의 빛나는 국어를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는 여러 사람이 함께 보며 국어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해 기증하게 됐다”고 전했다.

학문적인 기여로 국어 연구논문 우수상(1971, 다수) 및 국민훈장 동백장(1999) 등 다수의 상을 받은 그의 부친은 후배양성에도 뜻을 두고 이러한 자료들을 모았다.

“부친께서는 국어에 대한 사랑과 후배양성의 일념으로 울산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집안에 흩어져있던 논문 및 자료들을 한곳으로 모아 관리하셨다.”

중·고등 교육에 종사하며 국어와 관련해 꾸준히 연구했던 송두고씨의 부친은 주목할만한 연구논문도 다수 발표했으며, 이번에 기증한 유물들이 논문들의 바탕이 됐다. 그는 국어의 고유성과 후배양성을 위해 이러한 유물들을 소중히 보관해왔다.

그는 기증한 유물 중 부친이 특별히 아꼈던 자료도 언급했다.

“부친은 중학 국어 및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최현배 선생의 말본과 주시경 선생의 학문, 허웅 선생의 우리말과 글 등 한글학회의 역사를 담고 있는 ‘한글’(한글학회 월간지 1호부터)을 특히 소중하게 여기셨다.”

이에 그는 부친이 돌아가신 후에도 빈 서재에 보관돼 있던 유품들을 부친의 손길이 닿은 별도의 공간에 옮겨 월 3~4회 방문하며 정성스럽게 관리했다.

그는 자료 하나하나에도 정성과 애정을 쏟았던 부친과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어릴 적 부산과 울산 등지에서 여러 번 이사를 치렀던 송두고씨는 매번 이삿짐 정리하는 것이 힘들어 부친의 자료를 조금씩 분실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료들은 어느새 제자리를 찾아 말끔히 정돈돼 있었다.

그는 “부친이 모르게 했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아셨는지 그때마다 자료들을 찾아와 가져다 놓으셨다”며 “부친께선 집 주소처럼 각각의 자료에도 고유한 자리를 부여하셨던 것 같다. 분실하기를 수차례 반복했지만 한 번도 혼을 내시진 않으셨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의 문화인 한글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길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부친께서 소장하신 자료 중 일부분이 한글 전시 및 연구자료로서 학술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아 기념관에 전시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며 “외솔기념관이 한글학회와 같은 한글 관련 단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학생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알 수 있도록 한글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송두고씨가 기증한 자료는 외솔기념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며, 관련 정보는 외솔기념관 홈페이지 외솔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념관 관계자는 “오는 10월 중 특별 전시 등 기증 유물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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