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혐오만 키우는 총선
정치혐오만 키우는 총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2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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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어렵고 지겹다.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혁신’과 ‘개혁’을 논하지만 결국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선수 선발에만 매몰돼 있다.

지역 정치판 또한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닌, 각 정당의 승산만을 철저히 따지는 어지러운 셈법만 가득하다. 유권자들의 혼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당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각종 정쟁은 민생과의 체감도를 높이지 못하고, 상대 정당을 향한 맹목적 비난과 혐오는 서민들의 정치 외면과 피로감을 쌓이게 한다.

‘민생을 챙기겠다’ ‘국민이 최우선이다’ 민심을 달래는 구호도 잠시, 결국 상대를 깎아내려 내 표를 얻으려는 구태 정치로 회귀한다. 이는 사회적 갈등은 물론,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을 키울 뿐이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증오 정치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정책으로 경쟁하기보다, 특정 정치인 또는 이슈를 중심으로 경쟁하는 현실 정치 상황 속에서는 정치 혐오 현상을 가라앉히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울산 총선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성’, ‘탈환’하기 위한 물밑작업에 한창일 뿐, 민생에 곁을 내어줄 틈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역 정치권을 혼란으로 빠트리는 야권 담합과 낙하산 공천 등 중앙발 총선 전략만 판세를 어지러이 흔들 뿐이다. 이는 또다시 공천을 둘러싼 내홍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민심을 살피고 담을 여력도 없어 보인다.

특히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이 울산 북구 후보를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한 결정은 ‘야합’이라는 비난은 물론 ‘정치 사냥꾼’이란 비판을 자초하기에 충분하다. 선택받아야 할 선거가 선택하지 말라는 강요로 치닫고 있다.

현역 의원을 포함해 열심히 표밭을 누리던 민주당 후보 4명이 하루 아침에 ‘총선 실업자’가 돼 버렸다. ‘정당 지지율 10%대인 진보당 후보가 지지율 40%를 넘는 민주당을 집어삼켰다’는 민주당 후보의 탄식처럼, 중앙 선거공학에 울산은 없었다.

민주당은 1천~2천표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선거를 위해 재선 의원이 버티고 있는 울산 북구를 버렸다. 북구를 위해 중구, 남구을, 울주군에도 후보를 낸 진보당은 ‘정치사냥꾼’ 소리를 들을만 하다.

한창 진행중인 국민의힘 남구을 경선도 볼썽스럽다.

울산 정치를 이끌어온 큰 어르신 두 분간 경선운동에 정체불명의 SNS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명망있는 전 울산시의원이나 지역자생단체장의 이름을 무단으로 도용해 A후보를 지지한다는 문자메시지나 카톡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는데, 이는 상대후보측 지지자의 의도된 행위로 보인다.

여야를 불문하고 본선으로 가는 공천티켓을 따기 위한 예비후보들의 ‘아니면 말고’ 식 네거티브 폭로전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투표일이 임박할 수록 네거티브 전략은 기승을 부린다. 상대 후보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현상이다.

유권자들은 답답하다 못해 지겹다.

지난 설 명절 때 울산 민심은 지역 정치인들을 향해 “경제가 최악으로 어려우니, 정치권은 그만 좀 싸워 달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침체 속 팍팍한 살림살이에 대한 고민을 서민 몫으로만 몰 때, 정치 피로감과 무관심은 끊어낼 수 없다. 진정성을 얻기 위해선 현재와 미래를 유권자들과 함께 고심해야 한다. 총선용 헛구호는 금세 드러난다. 4·10 총선은 민심을 담는 그릇이 돼야 한다.

정재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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