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어
비가 내렸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22 2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상의 만족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세워 놓은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머무르며 결정하는 것은 아닌지! 일상에서 벗어나 가끔은 낯선 곳에 나를 놓아 보자. 낯선 것과 만나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나’를 만나게 된다. ‘차이’는 서로 다름에서 온다. 생각이 다르면 이해하는 폭도 다르게 느껴진다. 다름은 함께 나누고 공유하며 차이를 줄여나가는 여정이다.

비가 내린다. 실내에서 보낼 공간을 찾아 현대예술관 ‘Hello pop art’ 전시관으로 향한다. 미술관 ‘Hello pop art’는 6가지 테마로 진행되고 있다. 20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현대미술 대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요셉 보이스, 앤디 워홀, 뱅크시 등등 이름만 들어도 작품이 떠오르는 아티스트부터 감각적 예술가 라이징 아티스트까지….

첫 번째는 현대미술의 거장 요셉 보이스의 작품을 만난다. 사회와 소통하고 사람들과 함께하며 삶 속에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작품, 기존의 틀을 벗어나 미술관 밖으로 나온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낙서도 예술이 되는 작품을 만난다. 낙서를 보면서 그림인지 낙서인지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그래피티(graffiti)’는 ‘긁다. 긁어서 새기다’라는 이탈리아어에서 시작된 용어로, 파블로 피카소에서부터 잭슨 폴록에까지 영감을 주었다. 뱅크시는 가상의 테마파크를 통해 실업률 증가, 경제위기, 환경오염 같은 사회문제를 드러내며 사람들에게 충격적 경험을 제공했다. 그의 작품 화폐, 입장권을 볼 수 있다. “행복을 찾는 가장 간단한 방법의 하나는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들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뱅크시의 말이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작품들은 느낌이 강렬하다. 초록과 빨강의 대비는 무엇인지, 무엇을 말하려는지 눈길이 간다. “love는 날 살렸지만, 아프게도 했다”라는 문구가 와 닿았다. 대중적 유명세를 가져다준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 버락 오바마의 초상 포스터도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팝아트(pop art)로 인기를 끈 만화영화 스틸 이미지 상업광고 등 매스 이미지를 그린 호세 루이스 푸셰,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케니 샤프, 앤디 워홀의 작품을 만난다. 앤디 워홀은 마를린 먼로 작품으로 많이 알려졌다. 판화로 찍어낸 히비스커스 꽃문양 색깔이 다른 작품으로 여럿 있었는데 보는 이에 따라 모두 다르게 느껴졌다. 작품 앞에서 가족들과 함께 전시를 보며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네 번째는 팝아트와 개념미술이 유행하던 1970년대 이후부터 오늘날까지의 예술 공간이다. 소박하면서도 가식적으로 꾸미지 않은 작품을 만난다. 90세 최고령 로즈 와일리 작가의 작품에 눈길이 갔다. 늦은 나이에도 활발한 예술 활동으로 열정을 쏟은 작가다. 시오타 치하루의 설치미술도 눈길을 끈다. 토마스 사이비, 오디보 오디아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니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려낸 예술가로, 아이의 순수하고 편안한 눈망울을 바라보고 있으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아담 핸들러의 작품도 유니크하면서 재미있다. 눈을 X자로 표현한 작품 스펀지밥, 심슨, 스머프 만화 캐릭터를 리메이크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스타 아티스트로 다양성을 보여주는 작가들을 만난다. 화성인을 주제로 그린 파니 니콜 브로다, 로비 드위 안토노, 카우스, 하비에르 카예하, 조형물로 많이 표현했다는 다니엘 아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시간의 개념에 대해 사유 해볼 기회가 될 거예요”란 말을 다니엘 아샴이 남겼다. 여섯 번째는 아트토이(art toy) 컬렉션을 주제로 꾸며진 공간이다. 그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 아트토이로 제약 없이 소장할 수 있는 작품을 보면서 현대미술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의 일상과 경계가 흐려진 예술을 보여준다. 흐려놓은 간격 사이에는 감각적이고 충격적인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발상이 퐁퐁 솟아나는 작가들의 전시라 더 관심이 갔다. 전시회가 다른 세계를 향한 생각의 전환점이 되고,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문화를 즐기고 놀며 알아가는 도시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최고의 예술은 세상을 조금 덜 두렵게, 서로를 조금 더 가깝게 만든다”는 세퍼드 페어리의 말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김뱅상 (시인, 현대중공업 리포터)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