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에코폴리스’
다시 한번 ‘에코폴리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2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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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울산에 터를 잡은 지 8년 4개월이 지났다. 울산연구원의 기후-환경정책 연구자로서 울산제일일보에 기고문을 보내기 시작한 지도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송고한 기고문들을 하나씩 되돌아보면서 맨 처음 송고한 원고부터 열어보았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주오’라는 제목의 원고는 산업도시 울산이 겪었던 심각한 환경오염의 극복 사례들을 1992년에 발표된 노래 ‘더 늦기 전에’의 가사에 맞춰 작성한 글이었다.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견인했지만, 환경보전의 개념이 빠진 산업화 정책으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겪어야 했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은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변했고, 대기환경도 지독하게 나빠졌으며, 온산공단 인근 주민들은 원인 모를 질환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이 질환은 이후 ‘온산병’으로 알려졌다). 울산이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얻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울산시는 이러한 환경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986년 울산·미포 국가산업단지와 온산 국가산업단지를 ‘대기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한 것을 시작으로 광역시 승격 이후 환경개선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2002년 민선 3기부터는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이 양립할 수 있는 생태도시 패러다임을 시정 전반에 도입했고, 2004년에는 ‘에코폴리스 울산 계획’을 수립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에코폴리스 울산’을 선언하기도 했다.

에코폴리스 울산 계획은 ‘1) 울산시민의 삶의 질 제고와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2)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도시 조성의 기본 틀 제시, 3) 울산을 공해도시에서 환경선진도시로 변화시켜 국내·외 선진생태도시로 이미지 변화를 추구, 4) 개발중심 도시정책을 환경친화적 도시개발로 전환, 5) 장기적인 환경친화적 토지이용 계획의 기초자료로 활용’ 등의 목적으로 10개 분야 110개 사업을 담은 계획이다.

‘에코 폴리스 울산 선언’ 이후 이 계획에 포함된 다양한 사업들을 현재까지 꾸준히 추진한 결과 울산의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이 몰라보게 개선되었다. 먼저 대기환경 분야의 아황산가스는 2003년 10ppb에서 2021년 3ppb로, 미세먼지(PM10)는 53㎍/㎥에서 30㎍/㎥로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수질오염을 막기 위한 하수도 보급률은 65.5%에서 99.3%로 높아져 울산의 오수 대부분이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었고,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와 생활용수를 제공하기 위한 상수도 보급률은 90.4%에서 98.7%로 높아져 울산시민 대부분이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태화강의 수질은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 2003년 4.6mg/L에서 2021년 1.5mg/L로 개선되었고, 도시공원 지표도 나아져 1인당 도시공원 조성면적이 2003년 2.66㎡에서 2021년 11.33㎡로 4배 이상 증가했다. 태화강 수질이 개선됨에 따라 회귀 어종인 연어와 황어가 해마다 태화강 상류로 이동해 번식 활동을 하고, 여름에는 백로무리가, 겨울에는 떼까마귀 떼가 군무를 펼치는 철새들의 주요 서식지로 탈바꿈했다. 더불어 너구리, 수달, 삵과 같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생물들까지 주변에 서식하는 등 생물종다양성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태화강 십리대숲을 중심으로 생태복원과 정원조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덕분에 2019년에는 태화강이 국내 2번째로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고, 지금도 울산시민과 울산을 찾는 방문객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에코 폴리스 울산 선언’ 이후 체계적인 ‘에코폴리스 울산 계획’의 지속적인 추진으로 얻어진 환경질의 개선은 환경부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과 매체로부터 우수사례로 평가되어 도시의 대내외적 이미지가 ‘공해도시’에서 ‘친환경 생태도시’로 바뀌게 되었다.

현재, 우리는 차원이 다른 환경문제들과 마주하고 있다. 과거 선진국들이 경험한 것과 같은 전통적 환경오염이 아닌, 복잡·다양한 새로운 환경문제들과 부딪히고 있고,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기후위기도 마주하고 있다. 이 문제들은 결코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 심각한 환경오염을 극복했던 지혜와 경험을 되살린다면 당면한 난제를 푸는 경지를 넘어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영일 울산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연구위원·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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