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 ‘깨진 유리창 법칙’을 기억하자
[안전파수꾼] ‘깨진 유리창 법칙’을 기억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2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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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을 아시는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사소한 무질서를 그대로 방치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미국 범죄학자 제임스 월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3월에 공동 발표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에 보존상태가 비슷한 자동차 두 대의 보닛을 열어 놓은 채로 1주일간 방치해 두었다. 다만, 그중 한 대는 보닛만 열어 놓고, 다른 한 대는 고의로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놓았다.

약간의 차이만 있었을 뿐인데 1주일 후 자동차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1주일간 특별히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는 방치된 지 겨우 10분 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연이어 타이어도 전부 없어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낙서와 투기, 파괴가 일어났고 1주일 후에는 완전히 고철 상태가 될 정도로 파손되고 말았다.

이 ‘깨진 유리창 법칙’은 나중에 세계 유수의 범죄 도시 뉴욕시의 치안 대책에도 사용되었다. 1980년대, 뉴욕시에서는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여행객들 사이에는 “뉴욕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말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뉴욕시의 치안은 형편없었다.

럿거스대학의 켈링 교수는 뉴욕시의 지하철 흉악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낙서를 철저하게 지울 것을 제안했다. 낙서가 방치된 상태는 창문이 깨진 자동차와 같은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교통국의 데빗 간 국장은 켈링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치안 회복을 목표로 지하철 치안 붕괴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낙서를 철저하게 청소하는 방침을 세웠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낙서를 지운다는 놀랄 만한 제안에 대해 교통국 직원들은 “우선 범죄 단속부터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당연한 반응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낙서 같은 작은 문제보다 흉악한 중범죄 사건을 어떻게든 빨리 단속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간 국장은 낙서를 지우는 것을 철저하게 실행하는 방침을 단행했다. 지하철 차량 기지에 교통국 직원이 투입되어 무려 6천 대에 달하는 차량의 낙서를 지우는 작업이 수행되었다. 낙서가 너무 많아 지하철 낙서 지우기 프로젝트는 5년이나 지난 뒤에야 모두 완료되었다.

낙서 지우기를 하고 나서 뉴욕시의 지하철 치안은 어떻게 되었을까? 믿기 어렵겠지만, 그때까지 계속 증가하던 지하철 흉악범죄 발생률이 완만하게 되었고, 2년 후부터는 중범죄 건수가 감소했으며, 1994년에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뉴욕의 지하철 중범죄 사건은 놀랍게도 75%나 급감했다.

1994년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지하철에서 성과를 올린 범죄 억제 대책을 뉴욕시 경찰에 도입했다. 낙서를 지우고, 보행자의 신호 무시나 빈 캔을 아무 곳에나 버리기 등의 경범죄를 철저하게 단속했다. 그 결과, 범죄 발생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마침내 범죄 도시의 오명을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범죄학에서 출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은 일반 조직관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사소하거나 작은 비윤리 행위라고 방치하면, 조직 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리더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안전과 관련된 고찰에도 많은 영감을 주는 이론 중 하나다. 그렇기에 사회적 현상이나 문제를 이해할 때 활용되며, 사람들의 위험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식을 설명한다. 이 개념은 범죄와 안전 문제에 적용할 때 특히 유용하다.

만약 어떤 지역에서 창문이 깨져 있고 거리에 쓰레기가 많이 놓여 있다면, 그곳은 범죄가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처하여 유리창을 수리하고 쓰레기를 치워 안전한 환경을 조성한다면, 범죄 발생 가능성은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공동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에 무관심할 때, 공동의 이익은 위협을 받게 된다.

홍동우 ㈜엑스텍코리아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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