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일 할머니·이종민 기원의‘인간승리’
안병일 할머니·이종민 기원의‘인간승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1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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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하루, 울산발 밝은 소식 2건이 한꺼번에 날아들었다. 난생처음 졸업장을 받아쥔 80대 할머니와 고졸 출신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따낸 40대 기원이 그 주인공이다.

안병일 할머니의 나이는 89세, 보통나이로 치면 90세다. 울산시민학교에서 초등과정 학력을 인정받은 안 할머니는 지난 17일 중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7회 초등 졸업식에서 생애 첫 졸업장을 받았다. 이 학교는 성인들에게 초등·중학 학력 과정을 가르치는 울산시교육청 지정 학교다.

중구에서 40년간 식당을 운영한 안 할머니는 한글을 가르쳐 주고 초등 학력도 인정해 준다는 아는 분의 말에 2022년 시민학교에 최고령자로 입학한다. 배움에 대한 욕망이 뜨거웠던 안 할머니는 매주 월·목·금 낮 12시 5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진행되는 초등과정 수업을 2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나이가 많아도 글을 읽고 쓰는 일은 계속하고 싶지요.” 졸업장의 감회는 안 할머니의 목소리마저 떨리게 했다. 이런 다짐 뒤에는 울산교육청의 따뜻한 배려가 숨어 있었다. 울산교육청은 지난해 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의 평생학습관 4곳과 평생교육시설 2곳(울산시민학교·울산푸른학교)에서 초등과정 10학급과 중학 과정 11학급을 운영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배움의 기회가 더 많은 분에게 주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졸 출신 생산기술직 근로자가 17년 만에 공학박사 학위를 따서 화제의 주역으로 떠오른 이는 HD 현대중공업 사내 기술교육원에서 일하는 이종민(42) 기원(대리급)이다. 2002년 현대공고 전기반을 졸업하고 곧바로 울산과학대에 입학한 그는 군 전역 후 복학도 하지 않고 바로 일자리 구하기에 도전했다.

2006년에 HD 현대중공업 계열 생산기술직 신입사원이 되고 2010년에 전기공학사가 된 이 기원이 ‘주경야독’으로 따낸 기술 자격증만 자그마치 28개나 된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2012년에 사내 기능경기대회에서 전기공사 부문 금상을 받으며 ‘기술 왕’이 된 그의 학구열은 2년 전 경북 안동대 대학원 야간과정에서 공학석사 학위 취득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기어이 42살의 나이에 공학박사 학위를 거머쥐기에 이른다.

안병일 할머니와 이종민 기원의 이야기는 그대로 한 편씩의 ‘인간승리’ 드라마다. “하면 된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몸소 실증해 보인 80대, 40대 두 분의 성공 이야기가 변변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해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어두운 밤바다를 밝혀주는 환한 등대의 빛으로 다가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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