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강아지 / 이고운
땅강아지 / 이고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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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꼬물꼬물 땅을 파는

되돌아가는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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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설명절이 끼어 있는데, 1월 울산디카시인협회 우수작품 네 편 중 최우수 작품인 이고운 시인의 디카시 "땅강아지"를 감상합니다.

이미지만 봐도 꼬물꼬물 절로 행복해지는 풍경이 미소 짓게 하는데, 저희가 자랄 때만 하더라도 흙장난하며 놀고 있으면 지나가던 어른들이 땅강아지들이라고 항상 표현할 정도로 친숙한 곤충이지요. 이제는 귀해서 보이지 않고 지금 세대는 모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농사를 짓다 보니 땅강아지를 자주 봅니다.

넓적한 두 손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땅을 파던 어린 날의 향수가 문득 생각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결국 흙으로 빚어져 흙으로 돌아가라는 태초의 본능이 파릇한 씨앗 같은 어린아이에게서 소중한 휴머니즘을 자극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네이버를 검색해서 이해를 돕자면 “메뚜기목[直翅目] 땅강아지과의 곤충이며 잡식성이라서 식물의 뿌리나 지렁이 등을 먹는다. 땅개·땅개비, 게발두더지, 하늘밥도둑 등이라고도 부르며, 몸길이는 3cm 정도. 짙은 갈색이고 몸 전체에 가는 털이 많이 나 있다. 암컷과 수컷 모두 땅 속에서 ‘지이이익-’ 하는 소리를 낸다. 땅속에 굴을 파고 그 속에서 사는데, 메마른 땅보다는 눅눅하고 양분이 많은 부드러운 땅을 좋아한다.”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시인은 “흙에서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 꼬물꼬물 땅을 파는 / 되돌아가는 본능”이라고 합니다. 글만 읽어서는 이해가 잘되지 않습니다. 사진만 봐서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사진과 글을 분리하지 않고 결합해서 디카시로 봤을 때 100퍼센트를 넘어 200퍼센트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디카시는 이렇게 사진과 언술이 분리할 수 없도록 화학적 결합을 통해 더 큰 시너지를 내는 문학이라 생각합니다.

땅강아지가 이제 거의 보이지 않듯이 이제 거리에서 동네에서 어린이들도 잘 보이지 않고 아기를 낳지 않는 저출산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해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유야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것과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인구 감소로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음력 정월 초하루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을 맞이하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오며 아이들이 왁자지껄 뛰어노는 나라가 되도록 좋은 정책을 많이 만들어서 이고운 시인의 디카시 “땅강아지”와 같은 풍경이 일상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 품어봅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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