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홍보관장 자리, 전문가에게 맡겨야
철새홍보관장 자리, 전문가에게 맡겨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1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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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울산 남구의 철새홍보관은 이제 삼호지구 철새공원과 함께 울산 명소의 한 곳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매겼다. 서식 환경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울산에서 철 따라 둥지를 트는 겨울 철새 떼까마귀와 여름 철새 백로 떼가 효자 노릇을 단단히 한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철새홍보관이 울산지역 생태관광 명소로 발돋움하기까지는 그 과정에 관여한 인적 자원의 공도 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성수 초대 관장이 그런 면에서 상징적 본보기란 사실에 토를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경북대에서 조류생태학 박사 과정을 졸업한 데다 그 자신이 10여년간 울산지역 조류 탐사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온 조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번째로 바통을 이어받은 박창현 직전 관장이 재임 2년간 무능했다거나 직무 수행에 소홀했다는 것도 아니다. 박 전 관장도 오랜 기간 울산의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시민활동가라는 사실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다. 다만 전임 관장 못지않은 전문성을 지녔는지 어떤지를 소상히 알 수는 없다. 어쨌거나 그는 2월 14일로 2년 임기에 마침표를 찍고 철새홍보관을 떠났다.

이에 따라 철새홍보관 업무를 떠맡고 있는 남구시설관리공단은 후임 철새홍보관 관장을 공모(公募)로 뽑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다음 주 초 공모 절차를 밟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석 상태가 오래 계속된다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이자 관심사는, 차기 철새홍보관 관장 자리가 과연 자격을 갖춘 전문가에게 맡겨질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라 해도,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공기관 장(長)의 자리는 그 지자체의 장이 신뢰하는 인사가 차지할 개연성이 높다.

단체장 선거 당선 지원에 따른 보은(報恩) 또는 논공행상(論功行賞) 성격의 인사가 이뤄지는 일이 있고 ‘낙하산 인사’란 말이 그래서 나오기도 한다. 속된 말로 ‘표에 도움 되는 인물’에게 그런 자리를 은혜 베풀 듯 장만해 준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공적인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 ‘선거 유공자’가 ‘철새 전문가’는 아닌 탓이다.

우리 속담에 ‘비 오는 날 나막신 찾듯 한다’는 말이 있다. 철새 전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철새홍보관 공식 행사에 철새 전문가가 없다고 가정해 보자. 뒤늦게 허겁지겁 전문가를 찾아 나선다고 그런 행사가 뒷말 없이 온전히 마무리될 수 있겠는가. 곧 공모 과정을 거치게 될 차기 철새홍보관 관장 자리는 철새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순리라고 믿는다.

그런 일에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성경 문구는 적절치 않다. 오히려 ‘구관(舊官)이 명관(名官)’이란 옛 선거구호가 더 걸맞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한 번(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장수 냉장고의 광고 문구가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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