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길] ‘시니어 아미’ 과연 가능할까?
[안보의 길] ‘시니어 아미’ 과연 가능할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1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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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티즌의 관심을 뜨겁게 달군 흥미로운 소재에 ‘시니어 아미’가 있었다. 연장자나 상급자를 뜻하는 ‘시니어(Senior)’는 대개 60대 이상의 연령층을 가리키고, 때론 50대를 포함하기도 한다. 그러니 ‘시니어 아미’를 ‘장노년(50~70대) 군인’으로 정리하면 적절할 것이다.

‘시니어 아미’ 프로젝트는 평시에 건강한 장노년을 모집해서 훈련을 시켰다가 유사시 병력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장노년이라면,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해도, 훈련이나 작전을 수행할 때, 청년과 같은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행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렇다고 군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에서 ‘체력’만 충분조건이란 말은 아니다. 군인은 모름지기 전투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도록 강인한 체력과 고도의 정신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이지만, 계급이나 직책에 걸맞은 전술 지식과 전략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비록 시니어라 할지라도 현역시절에 익혔던 전기전술을 잘 간직하고 있다면 군 전투력 발휘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자 가치 있는 전력임이 분명하다. 영화 ‘인턴’의 벤 휘태커처럼 그들의 노련함도 때론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시니어 아미가 거론된 배경에는 ‘저출산에 따른 병력자원 부족’이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군에는, 현재에도 많지는 않지만, 시니어가 일부 존재하고 있다. 주로 전역한 간부(50대)에 한정되지만, 훈련 관찰관이나 전문평가관, 교관요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현역시절에 쌓아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군 발전과 정병 육성을 위해 쏟아내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한 논문에 따르면, 2040년의 병력은 36~37만명으로 현재보다 10만명이나 줄어들 전망이다. 2012년에만 해도 63만9천명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누구나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군 인력획득에 경고등이 켜질 것이라는 말에, 정치권에서는 여성도 군 복무를 해야 경찰과 소방 등 공무원직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여성희망복무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군에는 소총수를 비롯해 전차·자주포 조종, 위성통신체계·항공전력 운용, 드론·로봇 운용에 이르기까지 직책에 따른 직무(주특기)가 꽤 세분화·전문화되어 있어서, 누구나 특명을 받는다고 해서 양성과정 없이 곧바로 투입돼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국제표준교육 분류에도 군인을 기계·장치조작, 기능종사자와 같은 제 2직능 수준 이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향후 군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뾰쪽한 대책마저 없는 상황이라면, 현재는 허구로 보이는 ‘시니어 아미’ 제도가 실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비록 병사 출신에 고령이라 할지라도 정신력이 강하고, 의욕이 충만하고, 현역시절의 전투기술까지 녹슬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선발을 검토해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중·장기 복무 간부 출신은 지휘통제나 관리·감독 요원으로 동원해서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은, 먼저 그들의 연령과 능력, 체력 등에 적합한 직무분류가 세분화·구체화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군 전투력 발휘에 손색이 없어야 하고, 현역 장병들과 융화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임무 수행에 대한 현실적 보상과 처우도 합리적으로 조절돼야 한다.

애국애족 정신보다 보수를 내세워 고용계약을 하는 용병제나 민간군사기업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어떤 면에서 시니어 아미가 오히려 실효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머지않아 ‘병력 절벽’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숙명이 될 것이다. 군 전투력의 정상적 가동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두고 각계각층에서 꾸준히, 함께 고민하는 것을 마다해선 안 될 시점이다.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 예비역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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