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희의 공감수필] 달콤 쌉싸름한 유혹, 초콜릿
[고은희의 공감수필] 달콤 쌉싸름한 유혹, 초콜릿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1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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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일까? 먼저 설을 떠올릴 수 있고, 초콜릿을 전하는 날도 떠오른다. 첫맛은 달콤하고 끝맛은 쌉싸름한 초콜릿은 젊은이들이 사랑 고백을 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한때 초콜릿의 유혹에 빠져들어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한 적이 있다.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하나의 일이 끝나고 다음 일을 하는데 막힘없이 잘 풀리게 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2월의 행사일을 맞아 지인을 따라 초콜릿 전문점을 찾았다. 때마침 행사 특수로 인해 초콜릿을 주문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오픈 주방이어서 초콜릿을 제조하는 과정도 살펴보게 돼 상품에 대한 신뢰성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초콜릿을 관찰하고 시식도 할 수 있어서 눈 호강하기에 좋았다. 초콜릿을 주문하고 포장을 하는 동안 시식용 초콜릿에 눈길이 갔다. 고열량인 것을 잘 알기에 손이 가다가도 주춤거렸다. 하지만,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말차초코, 초코스틱, 밀크초코 등 다양한 맛에 인내심이 파괴되고 말았다. 먹을 때는 천국이고 먹고 난 뒤 열량이 높아 후회되었다.

초콜릿이 귀한 시절에는 한쪽이라도 얻어먹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엄마에게 떼를 쓰다 안 되면 언니와 오빠를 졸랐다. 심부름을 잘할 테니 초콜릿 하나만 사달라고 사정사정했다. 그럴 때마다 이가 다 썩는다고 마음을 돌려먹게 하였다. 낙담하고 있을 때쯤 개구쟁이 친구들은 초콜릿을 손에 넣고 흔들어 보이며 약을 올렸다. 미군부대 철조망에 매달려 미군들에게 “쪼코렛드 기브 미“를 외쳐서 얻은 것이다. 초콜릿은 바나나와 더불어 친구들에게 자랑거리였다. “나 초콜릿 먹었다”, “바나나도 먹었어” 라고 자랑질을 해대곤 했다. 나도 초콜릿을 먹었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무조건 엄마에게 졸라댔다.

아무리 졸라대도 쉽게 초콜릿을 먹을 수 없었던 나는 상상 속에서 초콜릿을 실컷 먹었다. 수도꼭지를 틀면 달콤한 초콜릿이 흐르고 방망이를 두드리면 바나나가 튀어나오는 꿈을 꾸었다. 어릴 때 꿈꿔온 것들이 지금은 실현되고 있다. 버튼을 누르면 초코가 와르르 흐르고, 길 가다가 쉽게 바나나를 살 수도 있게 되었다. 간절하게 원했던 그때 그 시절의 초콜릿이 아니기에 감흥도 영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초콜릿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역사와 갚은 문화적 의미가 있다. 오래전 아즈텍과 마야문명에서 시작된다. 이 시기 사람들은 카카오 씨앗을 매우 소중하게 여겼고, 신성한 음료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아즈텍 문명에서는 카카오 씨앗을 화폐처럼 사용했을 정도로 귀하게 여겼다. 카카오 음료의 조리법은 간단했지만, 그 의미와 사용방법은 깊고 다양했다. 결혼식과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 카카오 음료를 나누어 마시는 것은 결합과 공동체의 단합을 상징하는 의식이었다. 지금 달콤한 초콜릿과는 매우 달랐다. 아즈텍 사람들은 카카오 음료에 향신료와 꿀을 첨가해 다양한 맛을 냈다.

초콜릿이 유럽에 도착하게 되면서 카카오 음료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사치품으로 여겨졌으나, 점차 제조 과정이 개선되고 산업혁명을 거치며 대중화되었다. 카카오를 가공하여 더욱 맛있고 접근하기 쉬운 형태로 변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설탕과 우유가 추가되어 현재 우리가 즐기는 달콤한 초콜릿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현재 초콜릿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간식이 되었다.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거나, 축하의 의미로 나누기도 한다. 단순히 맛있는 간식을 넘어서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고,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는 중요한 매체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덥석 초콜릿을 받아먹을 수는 없지만, 달콤하고 쌉싸래한 매력은 잊을 수가 없다.

고은희 (울산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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