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구에 물들다 ②
구채구에 물들다 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1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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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원산지가 중국이고 <삼국지연의>에 그 유명한 도원결의가 있다. 영화 ‘삼국지’에서도 도원결의할 때 복숭아 꽃잎이 사방 날리며 술잔에도 나비처럼 날아 앉는다. 손오공이 잘 먹는 과일도 복숭아로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복숭아꽃이 한가득 핀 ‘무릉도원’을 대표적인 낙원으로 꼽았다.

전설 속의 동방삭도 무제에게 서왕모가 선물한 복숭아 한 바구니를 혼자 다 먹어서 3천 갑자를 살았다고 한다. 왠지 복숭아를 많이 먹으면 오래 살 것 같다. 나라마다 복숭아 모양이 다르다. 중국 복숭아는 거꾸로 하트 모양이 많고 우리나라는 둥근 편이다. 유럽의 납작 복숭아가 당도는 제일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납작 복숭아가 소량이지만 생산되고 있다. 이 겨울 어디선가 향긋한 복숭아 향이 나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공부하는 선비의 집에는 복숭아가 여인의 분홍빛 볼기를 닮아서 성욕을 자극하기 때문에 공부에 방해가 되므로 복숭아나무를 심는 것을 기피했다. 성에 대해 개방적인 여자에게 ‘팔자에 도화살이 꼈다’고 말한다. 귀신을 쫓는 영험한 과일로 인식되기도 하고. 어쨌든 안마당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는다. 어떤 이유인지 친정집에도 복숭아나무를 베어버린 일이 있어 복숭아 먹을 날만 기대한 나는 무척 실망했다.

성도에서 모니구 풍경구까지 5시간 30분을 가야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났다. 차 안에서 사람들은 거의 자고 있었다. 그래서 차창 밖으로 멀리 아름다운 설산이 보여도 말할 수가 없었다. 길옆에는 가파른 돌산 허리에 한자로 조그맣게 <차마고도>라고 적혀 있었다. 운남성에서 시작하여 사천으로 해서 티베트까지 가는 길이다. 산악영화제에서 본 진짜 그 길이라 흥분되었다. 보라고 차 안을 훑어봐도 눈 뜬 사람이 없었다. 가파른 산비탈을 야크가 짐을 지고 비틀거리며 가는 장면이 생각났다. 몇 해 전 티베트에 간 추억을 회상했다.

문현을 지나 무천이라는 마을이 나왔는데 지진이 나서 수만명이 죽은 곳이다. 이 두 지역은 강족들이 사는 곳이다. 강족은 티베트족과 같은 종족이다. 지진이 나서 호수가 된 접계해자가 있는 곳에 잠깐 내려 화장실을 갔다. 5개 마을이 있던 곳인데 지진으로 모든 마을이 묻혔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 육안으로 잔해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었으나 우리나라도 최근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천재지변으로 지형이 변하거나 더 이상 여행이 불가능한 지역도 있다.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의 유적지도 많다. 기회가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떠나라고 충고하고 싶다.

화장실은 1위안(당시 한화 163원)을 지불하고 다녀와야 하는데 우리나라 1960년대 공중화장실처럼 생겼다. 마치 돼지우리처럼 칸막이가 있고 아래는 그냥 물이 내려가는 하수구처럼 생겼다. 화장지도 없는 데다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나는 이에 못지않은 티베트나 러시아도 다녀왔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모두 코를 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왔다. 문화적인 체험도 여행의 일부이다. 특별한 체험 여행이야말로 가장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화장실 문화만 봐도 우리나라의 발전과 이에 밑거름이 된 우리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고를 알아줘야 한다.

화장실 입구 옆쪽에는 말린 다양한 버섯 종류와 야채, 과일 등을 팔았다. 여기서 야생 호두는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고소하고 맛이 진하다. 사과는 겨울이라 보관을 잘못했는지 모양이 예쁘지 않다. 대개 고산지대에다 일조량이 많아 과일이 보편적으로 당도가 좋아 맛있다. 이곳 사람들은 봄에는 체리와 비파, 여름에는 살구, 가을에는 사과, 호두 등 사철 과일로 생계를 유지한다. 나중에 여러 곳에서도 버섯을 파는데 이곳 버섯의 질이 제일 나은 것 같았다.

도로 건너편에는 티베트족의 전통 복장처럼 요란하게 치장한 흰 야크가 있다. 한번 타는데 10위안을 받았다. 야크는 고산지대에서 사는 동물이라 한국에서는 볼 수가 없다. 타고 사진을 찍곤 하는데 별로 타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무서워서 근처에도 못 가고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티베트에서 야크 고기를 맛본 적은 있다. 거기는 가게마다 야크 생고기를 고리에 걸어놓고 팔고 있다. 그래도 기념이라고 멀리서나마 야크가 나오게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③으로 이어짐

김윤경 작가·여행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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