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물길 이야기] 댐 실향이주민, 여러분이 고맙습니다!
[말글물길 이야기] 댐 실향이주민, 여러분이 고맙습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1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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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과 광역수도는 산업경제의 기적을 가져왔다. 70-80년대에 만든 댐들은 규모가 커서 많은 지역이 물에 잠겼다. 안동댐(13억여t), 임하댐(6억여t), 합천댐(8억여t), 남강댐(3억여t) 등은 낙동강수계의 댐들이다. 이밖에 소양강댐(29억여t), 충주댐(28억여t), 대청댐(15억여t), 용담댐(8억여t), 섬진강댐(5억여t), 주암댐(7억여t)도 이 무렵에 지어졌고, 댐마다 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실향이주민이 되었다.

2023년 10월, 소양강댐 건설 50주년을 맞아 실향이주민을 위로하는 망향비(望鄕碑)가 세워졌다. 삶의 터전을 잃은 실향민들을 위로할 망향비를 ‘파란 그리움’으로 명명했다. 안동댐에도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난 실향민들의 애환을 달래줄 망향공원이 47년 만에 만들어졌다.

90년대 이후 지어진 중소형 댐들은 실향이주민도 적어졌지만, 추억을 담은 책자 발간, 망향공원 조성 등으로 체계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대형 댐 건설로 많은 이주민의 희생이 컸지만, 그들을 위로해줄 관심도 적고 지원도 소극적이다.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의 지원사업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최근 실향이주민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지자체들이 있다. 산업수도 울산 지방문화원의 ‘산업도시 울산의 이주사’와 울산발전연구원 울산학연구센터의 ‘울산 옛터 비에 담긴 기억들’ 발간이 대표적이다. 2020년에는 K-water와 울산대곡박물관이 ‘울산의 댐과 사람들’ 특별전을 개최했다. 2021년 진안군은 K-water와 같이 국립전주박물관, 진안역사박물관에서 「용담, 새로이 기억하다」 특별전을 연 데 이어 용담댐 역사 스마트기록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엔 ‘용담댐 수몰민 만남의 날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안동은 경북기록문화연구원과 손잡고 2018년에 ‘사라진 마을 그리운 얼굴’을, 2019년에 ‘안동댐 수몰 마을 주민 대백과(9개 마을 106명이 생생하게 전한 삶의 애환을 담은 구술채록집)’를, 2020년에 ‘물속에 잠긴 내 고향’ 등을 사진과 책자로 기록했다. 2021년엔 국립민속박물관이 역사민속생활문화 보고서 ‘낙동강 수로와 수몰 이주민’이라는 연구성과를 내기도 했다.

댐을 소재·주제로 한 문화창작 활동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시, 시조, 소설, 수필 등 문학을 필두로 사진, 미술(회화, 한국화, 조각, 설치미술 등), 음악, 다큐, 영화 등 종합예술로 과현미(過現未=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작품을 풀어내고 있다. 아름다운 호수를 풍경으로 한 휴양림, 지례예술촌, 미술관, 박물관, 카페 등 재미·흥미·의미가 넘치는 문화·휴양·치유·휴게시설 등이 댐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출판, 전시, 상영, 행사 등에 대한 지원제도는 미미하다. K-water와 환경부는 댐에 대한 경제적 가치 위주의 사고와 영역을 ESG 경영으로 생태적·환경적·사회적 가치까지 넓히고 있다.

50주년 소양강댐을 시작으로 댐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발굴과 시행도 추진해야 한다. 실향이주민과의 동행, 문화예술가(단체)와의 협력 등을 담당할 부서(가칭 지역협력처)와 사업, 재정 등 관계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 또 물관리기본법,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정비해야 한다. 댐 소재 지자체, 지방문화원, 박물관, 미술관 등과 협력의 틀을 구성해야 한다. 간헐적에서 주기적으로, 소극적 지원에서 적극적 발굴로, 과거에서 미래까지, 업역(業域)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댐 실향이주민의 고령화에 따라 추억과 기억을 넘어 기록과 미래로 이어 갔으면 좋겠다.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 죽어 물이나 되어서 천천히 돌아가리/ 돌아가 고향 하늘에 맺힌 물 되어 흐르며/ 예 섰던 우물가 대추나무에도 휘감기리/ 살던 집 문고리도 온몸으로 흔들어보리/ 살아생전 영영 돌아가지 못함이라… 마을아 억센 풀아 무너진 흙담들아/ 언제간 돌아가리라 너희들 물 틈으로/ 나 또한 한 많은 물방울 되어 세상 길 흘러 흘러/ 돌아가 고향 하늘에 홀로 글썽이리 * 이동순 ‘물의 노래’ 중에서.

막는 시설물을 ‘댐’이라 하고 물이 가득 찬 곳을 ‘호(湖)’라 한다. 湖(호)를 물 수(?·水) 옛 고(古), 달 월(月)로 풀어보면 ‘물 위에 옛날의 달이 떠 있는 곳’이 된다. 흐르는 물이 오늘의 모습이라면(流水今日·유수금일) 밝은 달은 전생의 모습이라네(明月前身·명월전신).

침상 머리에 밝은 달빛 땅 위에 내린 서리런가, 머리 들어 밝은 달 바라보다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牀前看月光·상전간월광/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擧頭望明月·거두망명월/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 * 정야사(靜夜思-고요한 밤에 생각하다)_ 李白(이백).

윤원기 물얘기꾼·漢詩완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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