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신사 이중 계약 사기 ‘기승’
인터넷 통신사 이중 계약 사기 ‘기승’
  • 이상길
  • 승인 2024.02.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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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품 중복 보상 미끼로 새 업체도 가입 유도

-“설치했다면 이용료 이중으로 냈을 듯”

-소비자원 “일종의 피싱 사기, 주의 필요”

“전에 가입했던 대리점입니다. 인터넷 통신사 바꾸실까봐 미리 연락드렸습니다.”

최근 들어 인터넷 통신사 이중 계약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울산시민들도 주의가 요구된다.

울산 중구에 사는 김성태(46·가명)씨는 얼마 전 익명으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곳은 경기도 모처에 있는 한 인터넷 가입 대리점. 그는 2년여 전 김씨가 인터넷 통신사를 바꿀 때 담당했던 직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사용하고 계신 인터넷 통신사와 약정한 3년 만기가 7개월 정도 남았는데요. 현금과 사은품 받으시려고 7개월 뒤에 다시 통신사 바꾸실까봐 미리 연락 드렸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계신 A통신사로 재계약을 해도 현금과 사은품을 받으실 수 있도록 해드리려고 합니다.”

벌써 10년 넘게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약정된 3년 만기가 지나면 통신사를 바꿔 적잖은 현금과 사은품을 받았었던 김씨였기에 그는 아무런 의심없이 해당 직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직원은 “대신 7개월 정도 남은 지금, B통신사로 바꾸고 1년 사용한 뒤 다시 A통신사로 가입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저희가 A통신사 중도 해지를 해드리면서 위약금도 대신 납부해 드리고, B통신사 1년치 사용료에서 할인한 금액 18만원을 미리 현금으로 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1년 후 A통신사로 다시 가입하면 현금 34만원을 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18만원의 현금이 생기고, 1년 뒤 34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제안에 솔깃해진 김씨는 전화상으로 승낙을 했고, 해당 직원으로부터 명함과 함께 B통신사와 1년 동안 진행될 계약의 상세내역을 문자메시지로 받았다.

다만 직원은 B통신사 직원으로부터 신규가입과 관련해 연락이 오면 “3년 약정이고, 전단지를 통해 가입 신청하게 됐다”고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또 1년 뒤 B통신사 중도 해지 시 발생할 위약금도 자신의 대리점에서 대신 납부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며칠 뒤 B통신사 직원으로부터 인터넷 가입 관련 전화를 받은 김씨. 그런데 그 전화를 받고 부터 김씨는 자꾸만 께름직한 생각이 들었다. 비록 18만원이라는 현금을 미리 받을 예정이지만 현재 3만8천원인 월 이용료가 4만9천원으로 높아지는 부분에 대해 다소 부담스러웠던 것.

또 현재 아무런 불편 없이 사용 중인 100메가가 500메가로 높아지는 부분도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돼 일종의 강요처럼 느껴졌다.

결국 김씨는 유튜브에 ‘인터넷 통신사 가입 사기’라고 검색해보게 됐고,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일이 ‘이중 가입 사기’ 행위라는 걸 알게 됐다. 대리점 직원이 자신에게 하고 있는 행위가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이중 가입 사기 행태와 판박이였던 것. 김씨는 인터넷 가입 해지의 경우 본인이 직접 해당 통신사에 의사를 전달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김씨는 “만약 설치까지 했다면 남은 7개월 동안 2개 통신사에 인터넷 사용료를 이중으로 냈을 것”이라며 “전에 가입했던 대리점 직원이라는 것도 거짓말이었고, 불법 개인정보 판매처에서 정보를 구매한 뒤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설치 직전에 가입 철회의사를 전달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일종의 피싱 사기로 정상적인 업체의 경우 소비자가 요청하지 않은 전화를 먼저 거는 경우는 없다”며 “약정이 남아 있는 인터넷이 있는데 돌연 새 인터넷을 가입하라는 권유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관상 인터넷 해지 역시 가입자 본인만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업체 스스로 해지를 했다면 공문서 위조죄에 해당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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