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딥페이크 기술로 되살아난 ‘응삼이’
-304- 딥페이크 기술로 되살아난 ‘응삼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0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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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는 대한민국 역대 TV 드라마 중 최장수 방영기록을 남기고 종영되었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지만 모든 세대가 좋아했던 국민 드라마였다. 오랜 기간 방영하다 보니 출연진 중에는 작고하신 분도 있다. 그중 ‘응삼이’ 역할을 했던 박윤배씨도 2020년에 별세했다. 전원일기 속 응삼이는 농사를 지으며 홀어머니와 동생 뒷바라지를 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 같은 인물이었다. 그런 응삼이가 모 방송국 특집 프로그램에서 가상인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그를 그리워하던 사람들과 상봉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함께 연기했던 동료들은 인공지능이 만든 생전의 박윤배씨가 화면에 나타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전원일기 식구들 잘 지냈죠? 일용엄니가 응삼이를 얼마나 챙겼는데”라며, 살아있는 사람처럼 얘기하는 모습에 동료 탤런트들은 눈물을 흘리며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박윤배씨의 딸 박혜미씨는 아빠를 보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아빠 보고 싶어요”라며 펑펑 울었다. “씩씩하고 마음 기쁘게 지내. 아빠도 많이 보고 싶어”라며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말해 모두를 감동시켰다. 필자도 가슴이 먹먹해지며 열심히 시청했다.

이처럼 가상인간을 만들어 실제 살아있는 것처럼 사람들과 소통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딥페이크(Deepfake)’다. 인공지능(AI) 기술 중 딥러닝과 ‘가짜’를 의미하는 페이크의 합성어다. AI 기술을 이용하여 진위 여부를 구별하기 어려운 가짜 이미지나 영상물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딥페이크는 수작업으로 이미지를 합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배경이 되는 영상과 삽입할 영상 데이터를 비교 학습하여 자연스럽게 인물의 얼굴이나 인체의 특정 부위를 프레임 단위로 합성하는 영상편집 기술이다. 머리 외곽선을 통째로 따서 합성하는 것이 아니라, 안면윤곽 안쪽 부분만 피부톤을 맞춰 바꿔치기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데이터의 반복 적용을 통해 학습시킨 후 합성할 경우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응삼이’ 제작에는 실제 사람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가상의 인물과 합성하는 기존 딥페이크 기술에서 더 나아가 가상인간과 실시간 소통까지 가능한 알고리즘이 구현되었다. 딥페이크 기술은 우리 생활에 편리한 용도로 적용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크게 성숙되어 있다. 또한 패션, 의류, 영상편집, 광고에도 적용하고 있다. 영화 제작 시 인물 대체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딥페이크 기술이 발달하면서 특정인을 음해하기 위해 가짜 영상을 제작하여 유포하는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인물의 신체를 영상으로 제작하거나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하여 배포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AI 기술은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미 촉각을 느끼게 되었고, 빅데이터가 조금 더 발전하면 향기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가상인간을 통해서 오래전 세상을 떠나 그리움이 가득한 사람도 만날 수 있다. ‘응삼이’ 특집방송을 보면서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어진 것은 필자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이제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나의 아바타가 사람을 대신 만나고 일을 처리하는 세상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하지만 AI 능력이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개인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 딥페이크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더욱 재미있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우리의 생활에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민병수㈜엠아이티 대표이사,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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