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안 주고 안 받고 선물은 되판다
세뱃돈 안 주고 안 받고 선물은 되판다
  • 이정민
  • 승인 2024.02.0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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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불황에 세뱃돈 체감상 2배 이상 올라 부담 커”초저가·가성비 선물세트 인기… 중고거래시장도 대목
올해 설을 맞이한 유통가 풍경은 고물가 등 다양한 요인을 바탕으로 가성비를 내세운 3~5만원 생필품 설 선물 세트를 내놓고 있다. 사진은 남구 롯데마트에서 판매중인 참치 선물 세트.
올해 설을 맞이한 유통가 풍경은 고물가 등 다양한 요인을 바탕으로 가성비를 내세운 3~5만원 생필품 설 선물 세트를 내놓고 있다. 사진은 남구 롯데마트에서 판매중인 참치 선물 세트.

 

고물가에 민족 대명절 ‘설’이 불청객으로 취급 받고 있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크게 늘어난 데다 부모님 용돈, 자식·조카 세뱃돈 까지 더해지면서 ‘세뱃돈 물가’라는 말과 함께 직장인들의 한숨이 깊어진 탓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시사 Poll 서비스 ‘네이트Q’는 최근 성인남녀 3천892명을 대상으로 ‘세뱃돈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서로 부담인 만큼 안 주고 안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변이 42%( 1천668명)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대답을 한 응답률 29%보다 13%p 상승한 결과다.

근소한 차이로 ‘5만원’(42%·1천653명)이 적절하다는 답이 뒤를 이었고, ‘10만원’은 10%, ‘치솟는 물가를 감안하면 10만원 이상’은 2%에 그쳤다.

이에 직장인 김모(31)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 가격이나 조카들에게 줬던 세뱃돈이 체감상 2배 이상 오른거 같다”며 “선물을 할 때도 제품을 보기보다 가격 또는 물품 갯수를 살펴보고 사는거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대형마트에서는 가성비를 내세운 3~5만원대 설 선물 세트도 대폭 늘었다.

6일 울산 남구의 한 마트를 방문해 선물 세트 가격을 조사해본 결과, 한라봉(2kg), 골드키위(1kg), 견과류 세트 등 3~5만원대로 구성돼 있었다.

특히 7천~9천900원으로 구성된 초저가 세트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기도 했다.

이날 선물 세트를 구입한 주부 이모씨는 “주변 친척들에게 아무것도 안 드리기에는 그렇고, 상품권이나 현금으로 할려면 최소 5~10만원으로 줘야하기에 심리적 부담감이 있었다”며 “걱정하는 마음으로 마트에 왔는데 그래도 3만원 내외에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선물들이 있어서 다행인거 같다”고 구입 이유를 전했다.

또한 설 명절을 앞둔 가운데 명절 선물세트 등을 중고거래 시장에 되파는 사람들이 슬슬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단 몇 만원이라도 생활비에 보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는 각종 선물 세트를 판매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날 이 플랫폼에 ‘설 선물’로 검색한 결과 울산지역에서만 수십여개의 판매글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최소 1만원 대로 판매 중인 식용유·샴푸 부터 3~4만원대의 과일·참치·햄 등 종류는 다양했다.

판매자들은 해당상품을 정가 대비 30%가량 저렴하게 올려놓았으며, 정가보다 50% 이상 싸게 매물을 등록한 판매자도 존재했다.

이 플랫폼 이용자인 직장인 황모(29)씨는 “시중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처분하는 것들이 많아 참치와 스팸처럼 보존기간이 긴 제품들은 이 기회에 저렴하게 사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영향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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