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의 자연산책] 태화루 詩文에서 찾은 십리대숲의 흔적 上
[조상제의 자연산책] 태화루 詩文에서 찾은 십리대숲의 흔적 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0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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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루 시문(詩文)”, 한국문화원연합회 울산광역지회가 2011년 발간한 이 책에 의하면 태화루와 관련한 시문(詩文)에는 시(詩)가 100여 편, 산문이 10여 편 전해지고 있다.

시 백여 편 중에는 태화루가 1592년 전후 소실되기 전에 쓴 시도 있고, 태화루가 소실된 후 태화루 옛터에 올라 쓴 시도 있으며, 태화루 현판(懸板)이 울산부의 객사(客舍)인 학성관의 남문루에 걸린 이후에 쓴 시도 있다. 이러한 시문 중 대나무나 대숲에 관한 시구(詩句)는 얼마나 될까?

최초로 대나무와 관련된 글을 남긴 사람은 고려 중기 문장가 노봉(老峰) 김극기(金克己, 1150년경~1204년경)이다. 김극기는 ‘대화루’라는 제목의 시에서 사실은 대화사(大和寺)의 모습을 그림과 같이 읊고 있다. 그 시의 내용 중 대숲과 관련해서는 사람마다 그 해석이 차이가 있어 실제로 대숲을 노래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논란이 되는 문장은 ‘남금록점파(南襟綠?波)’이다. 여기서 ‘綠?波’를 어떤 이는 ‘대나무숲 물결’로, 어떤 이는 ‘대자리 같은 물결’로, 어떤 이는 ‘대나무 숲과 물결’로 번역하고 있어 혼동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분은 어느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김극기는 과연 무엇을 보았을까? 하지만 다른 한시에서 록점(綠 : 푸를록, ? : 대자리점)을 대자리나 삿자리로 번역하고 있고, 그의 대화루시서(大和樓時序)에서도 태화강의 물결을 얼음삿자리로 표현하고 있어 ‘남으로는 대자리 같은 시퍼런 물결 둘렀네’를 옳은 번역으로 보고 있다.

또 김극기는 그의 시서(詩序)에서 태화사를 바라보면서 관기월전성궁풍정(觀其月殿星宮風亭) 수사의박호풍남죽전지상(水?倚薄乎楓枏竹箭之上).”라는 말을 했다. 참 어렵다. 번역하면 “이 절의 월전과 성궁, 풍정이 보이고, 수사는 풍남(楓枏 : 단풍나무와 녹나무)과 죽전(竹箭 : 이대) 위에 약간 기대었고”가 된다. 수사(水?)는 물가의 정자인 태화루로 보이고, 정자 아래에는 김극기가 바라보았을 때 단풍나무, 녹나무, 대나무가 보인 것이다. 그러나 녹나무는 제주도나 서남해 해안에서 자라는 나무로 울산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이므로 매화나무(매화나무 염 : 枏)로도 볼 수 있으며, 김극기가 보았던 그 竹箭(이대 : Pseudosasa-japonica)은 지금도 태화루 앞 서쪽 용두암 위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태화루에 관한 시는 아니지만, 대나무를 노래한 두 번째 사람은 설곡(雪谷) 정포(鄭?)이다. 정포는 1342년 가을에 울산 군수로 발령받아 1년 남짓 정사를 돌보면서 울산 팔경을 정하고 “태화루”를 비롯한 빼어난 시 8수를 지어 울산의 승경을 최초로 전국에 알린 사람이다. 그의 시 팔경 중 울산 삼산에 있었던 벽파정(碧波亭)의 한 구절(句節)이다. 총황와만정(叢篁臥晩汀) - “떨기 진 대나무가 해 저문 물가에 누워있네”. 떨기나무가 뿌리는 하나인데 줄기가 여럿 올라오는 3m 이하의 나무이니 떨기 진 대나무 또한 왕대가 아니라 울산지역에 흔하게 자라는 이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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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제 ‘울산 민물고기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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