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오해와 진실
떡국, 오해와 진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0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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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농부 정월부터 준비한다’라는 옛말에 걸맞게 도시에 사는 까치가 둥지 재료인 마른 가지를 입에 물고 전봇대를 찾는 횟수가 잦다. 번식 시기가 빠른 텃새 까치가 새끼의 먹이인 곤충이 준동(蠢動=벌레 따위가 꿈적거리는 일)하는 시기에 맞춰 번식을 준비하는 셈이다.

2024년 갑진년 새해 해맞이로 부산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입춘우(立春雨=입춘 날 내리는 비)가 제법 소리까지 내며 대지를 촉촉이 적셨다. 딱따구리, 박새, 멧비둘기 울음소리가 번식기의 사랑 노래로 변했다. 설 명절이 코앞이다. 새해와 설은 양력과 음력으로 나뉜다. 음력 1월 1일을 굳이 ‘설’이라 하는 이유를 설의 대표 음식 떡국과 흰색을 통해 접근해본다.

“S-OIL 울산공장 임원들은 1일 설 명절을 맞아 제2 장애인체육관에서 떡국 나눔 행사를 펼쳤다. 이날 행사에서는 S-OIL 김보찬 울산 컴플렉스 헤드(Ulsan Complex Head)를 비롯한 S-OIL 울산공장 임원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 300명에게 떡국을 직접 배식하고 설 준비에 필요한 생필품을 선물로 전달했다.”(울산매일. 2024, 02, 02. ‘S-OIL 울산공장, 장애인에 설맞이 떡국 한 끼’)

매년 설 명절을 앞두고 떡국을 나누는 것은 흰색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손님이 오는 날은 칼국수를 대접하고, 손님이 가는 날은 만두를 먹여 보낸다. ‘칼국수는 자주 오라’는 의미를, 만두는 ‘나쁜 것은 속에 다 집어넣고 좋은 것만 가지고 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란다.

몽골에서는 멀리 떠나보내는 이의 뒤에서 ‘하늘을 향해 하얀 우유를 뿌려준다.’ 자동차로 떠날 때는 자동차 바퀴에 우유를 뿌린다. 떠나는 사람의 앞길이 항상 하얀 우유처럼 맑고 모든 일이 막힘없이 잘되라는 의미이다. 이는 전통 풍습에도 등장한다. 순록과 함께 생활하는 몽골 여인은 외지로 식량을 구하러 떠나는 남편의 뒤에서 하늘을 향해 우유를 뿌린다. 새로 산 자동차 고사에서 막걸리를 뿌리는 우리나라 풍습과 비슷하다. 묘사(墓祀)에 참석하면 흰떡을 주고, 신장개업 집 출입문 양쪽에 소금을 놓아두고, 오줌싸개에게 소금을 뿌리는 것도 이유는 비슷하다.

새해의 시작인 설 명절은 희고 상서로운 것으로 시작된다. 해와 달, 눈 모두 ‘희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흰 것은 밝음이고 희망이자 사랑이다. 그러기에 산자의 백의(白衣), 죽은 자의 수의(?衣), 흰색의 넋 전(廛), 해원무(解寃舞)의 명주(明紬), 왕생 길의 백포(白布), 처녀의 면사포(面紗布), 요리사의 백모(白帽)는 하나같이 흰색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설 명절의 떡국은 일상의 한 끼 음식이 아니라 삿된 것을 물리치는 벽사(?邪)의 음식, 상서로운 기운을 받는 진경(進慶)의 음식, 가족이 함께하는 환희(歡喜)의 음식이자 주술(呪術)의 음식이다. 매년 음력 새해 첫날을 구태여 ‘설’이라 부르는 것은 ‘상서로움’을 강조함이고, 어른들이 설 명절에 내리는 하얀 눈을 한 해 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로 여겨 서설(瑞雪)이라고 가르친 것도 이유는 다르지 않다.

그동안 나이 중심으로 맞이하던 설 명절의 의미는 삼가겠다, ‘섧다’와 같은 과거의 복잡한 설(說)에서 벗어나 현대적 의미의 밝은 날, 좋은 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겠다. 이번 설 명절부터 아침은 온 가족이 함께 떡국을 먹으라고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갑진년 새해에는 모두 합가환락영부귀(合家歡樂迎富貴=가족 모두 즐겁게 맞이하는 부귀), 내외평안향영화(內外平安享榮華·안에서나 밖에서나 영화를 누리는 평안)하기를 기원한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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