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소방관의 안전은 누가 챙기나?
[CEO 칼럼] 소방관의 안전은 누가 챙기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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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에 TV 뉴스를 보니 지난밤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나온다. 두 명의 젊디젊은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다. 새파란 청춘 두 명이 화마(火魔)에 희생됐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저 깊은 곳에서 아픔이 밀려 올라온다. 화도 난다. 내게도 소방관 아들이 있다. 자부심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진 아이다. 특전사에서 5년 근무 후 소방에 지원하여 3년째 울산지역 구조대에서 근무 중이다.

비번 날이면 개인 헬스는 물론 스킨스쿠버, 인명구조사 등 임무에 필요한 자격취득과 훈련으로 항상 바쁘고 지쳐 있다. 지금처럼 소방관 관련 사고가 나면 인터넷 매체가 뜨겁다. “처우를 개선하라. 월급을 많이 줘라.” 하지만 하루 이틀만 지나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그들의 가족에게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가슴속 아픈 응어리로 남을 뿐이다. 과연 이런 사고는 무엇이 문제일까? 왜 일어날까? 처우 개선도 중요하고 충분한 보수를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목숨을 잃는다면 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일 계급 특진이며 훈장이 무슨 소용인가? 남은 가족에게는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상처로만 남을 뿐이다.

우리 산업현장에서는 ‘위험하면 작업을 거부할 권리’를 갖는다. 누구도 본인에게 위험한 작업을 지시할 권리는 없다. 나의 생명과 안전을 타인이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장 안전관리자가 불안전한 작업에 대하여 지적하고 중지시킨다. 50인 이하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으로 더욱 안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방관에게는 예외로 적용되는 듯하다. 과연 본인의 생명에 위협을 느껴 구조를 포기한다면 여러분은 이해하겠는가? 불가피하게 여러분의 가족이나 지인을 구조하지 못한다면 온갖 비난과 원망을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들이 구조현장에 부득이 진입하지 못했을 때 책임 문제도 폭넓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구조대는 군 특수부대 출신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는 보통의 일반인과 다른 DNA가 있다. 바로 충성심, 책임감, 단결심이다. 그리고 명령에 절대적이다. 그들을 화마 속에 투입하느냐의 결정은 조직 리더가 신중히 판단하여 결정해야 한다. 충분한 경험과 신중한 판단으로 명령해야 한다. 화마 속으로 투입되는 소방관이기 전에 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가장이고 자식이며 배우자이기에 안전이 최우선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이들에게도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작업과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주자.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도록 장비의 현대화와 개별 필수장비의 지급,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이들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교육을 받고 훈련하지만, 정작 본인의 안전을 지키는 교육도 충분히 받는지 모르겠다. 산업현장의 안전교육은 타인의 안전뿐만 아니라 본인의 신체 안전을 위주로 교육한다. 본인의 생명이 타인의 생명보다 더 중요함을 일깨우도록 무재해 산업현장과 연계하여 꾸준한 안전교육도 받도록 하면 어떨까?

이들이 소방관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꿈의 직장이 돼야 한다. 희망이 있는 직장, 휴식이 있는 직장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가족이 안심하는 직장이어야 한다. 위험수당 인상, 결혼 후 주택 구입, 대출금 상환, 자녀교육 등으로 고민하지 않도록 지자체에서 소방관 사택 지원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급상황에서 보호와 구조를 최일선에서 맡고 있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해결해주면 좋겠다.

울산도 재난 안전구역이 아니다. 도심 인근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있어 언제든 화재폭발의 위험을 안고 있다. 물론 각 기업체에서 화재폭발에 대한 안전장치가 있고 항시 안전교육이 이뤄지기에 크게 걱정할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음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이며 인명사고와 직결되기에 항시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하다. 사고 발생 후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사전예방이 더 중요하다. 오늘도 소방관의 암울하고 불안한 기도가 아닌 밝은 희망의 기도를 소망한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화재사고가 없는 안전한 울산을 꿈꾼다. 생(生)의 마지막 순간까지 헌신한 제복의 영웅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장정순 도하산업계전(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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