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칼럼] 스마트폰
[독자 칼럼] 스마트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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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량이 너무 많이 늘어나다 보니 요즘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막을까?’인 것 같다. 집집마다 그것 때문에 아이와 싸우지 않는다는 집이 없을 정도로 스마트폰은 엄마들의 가장 강력한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아이들은 왜 이렇게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것일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행동에 즉각적인 반응이 있기를 원한다.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에는 쾌감이 따르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것에는 인내라는 힘든 노동이 필요한데, 이런 어려운 과정 없이 자신의 행동에 빠른 반응이 온다면 당연히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사람이 쉽게 도박에 빠져드는 것도 이치는 같을 것이다. 힘든 과정을 거쳐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쉽게 많은 돈을 버는 것에는 도박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도박이 그렇듯,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은 중독을 동반한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것은 바로 이 스마트함에 원인이 있다. 스마트폰은 세상 그 어디에 있는 것이라도, 간단한 터치 한 번으로 많은 것을 순식간에 내 눈앞에 펼쳐놓는다. 그래서 우리는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원하는 이유도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쉽게 스마트폰에 중독된다. 아직 충동조절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동조절’이란, 갖고 싶은 것이나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지금의 욕망과 욕구를 조절하고 참는 능력이다. 인간이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 꼭 필요한 충동조절능력은 전두엽이 담당한다. 그런데 아이는 아직 전두엽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이렇듯 전두엽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스마트폰에 자주 노출되면 자기조절능력이 발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항상 자신이 원하는 것은 스마트폰이 빠르게 해결해줬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참아야 할 일과 견뎌야 하는 시간을 만날 때마다 참기보다 즉각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아이들이 참을성 없고 어려운 일을 견뎌내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특징이 스마트폰 과다사용과 무관치 않다. 빠르게 반응하는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 참고 견뎌야 하는 공부나 인간관계는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알고 있듯 인류가 생긴 이래 인간이 만들어 온 성취나 발전은 언제나 인간의 욕구를 지연하는 힘에서 나왔다. 거창하게 인류 역사를 논할 필요도 없이 대학에 합격하거나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유치원 시절부터 길고 긴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가 이 어려운 시간을 견디는 힘을 낼 수 있을까? 그러니 스마트폰은 아이한테서 멀어질수록 좋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스마트폰과 멀어지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일상에서 스마트폰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있을 때야 가능하다.

집에 오면 항상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고, 풀어야 할 문제집과 지겨운 학습지가 기다리고 있다면 아이는 자신에게 큰 즐거움을 줄 스마트폰으로 돌아가고 싶어 호시탐탐 그런 기회를 엿볼 것이다. 반면 집에 오면 누군가 반갑게 맞아주고, 깔깔거리며 학교에서의 일을 이야기하고, 엄마나 아빠의 손을 잡고 시장에 가거나 도서관에 놀러 가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뛰어놀거나 반려동물과 노는 등 직접 경험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아지게 된다.

물론 아이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환경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낄수록 아이는 가상의 세계로 더욱 도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 지금 아이를 즐겁게 놀게 하자. 아이는 친구와 놀면서 인내와 갈등조절능력을 배운다. 도서관에서 책의 대출 순서를 기다리고, 시장에서 흥정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자기조절능력을 배우는 귀한 시간이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하는 것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 말고 아이를 스마트폰과 멀어지게 하는 방법은 달리 없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지금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우리, 추억 만들러 공원으로 나가볼까?”라고 말이다.

정동환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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