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죽음의 바다’ 장군님.. 감독님..
영화 ‘노량:죽음의 바다’ 장군님.. 감독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2.0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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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량:죽음의 바다’의 한 장면.

당연히 천만 관객은 넘길 줄 알았다. 이순신 3부작 마지막 편인데다 이미 1천300만명을 넘긴 <서울의 봄>과는 ‘정의’라는 가치관에서 결이 같은 작품인 만큼 쌍끌이로 거뜬히 천만을 넘길 거라 예상했던 것. 해서 천만을 넘기고 나면 나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쓰려했는데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잘 안 된다.

그렇다해도 <노량:죽음의 바다>는 다른 사람도 아닌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 그것도 그가 최후를 맞이한 노량 해전을 다루고 있는 만큼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을 찾았었다. 현재 500만도 못 넘기며 영화가 고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양한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2014년 <명량>이나 2022년 <한산:용의 출현>과 비교했을 때 연출이나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 면에서 뒤처지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다만 이순신 역을 맡은 ‘김윤석’ 배우의 대사 치는 톤이 조금 어색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렇다보니 전작인 <명량>에서 이순식 역을 맡은 ‘최민식’ 배우나 <한산:용의 출현>에서의 ‘박해일’ 배우가 더욱 돋보이긴 하더라.

결국은 2014년 <명량>을 시작으로 자그마치 10여 년의 세월 동안 쌓인 관객들의 피로감과 타이밍 문제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서울의 봄>보다 한 달 정도 일찍 개봉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마음. 그랬으면 <서울의 봄>이 지닌 신선한 동력이 오히려 받쳐주면서 쌍끌이로 천만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래봤자 지금에 와선 쓸데없는 이야기인 거 같고, 천만을 못 넘겼어도 <노량:죽음의 바다>는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흥행을 떠나 역사적인 의미만으로도 그 가치가 차고 넘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편을 보면서 김한민 감독의 의도가 도드라지게 눈에 들어오더라. 시작점인 2014년 <명량>이 고작 13척의 배로 일본군 함대 133척에 맞서 승리를 거둔 이순신(최민식) 장군을 구국의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다면 <한산:용의 출현>은 전략가로서 이순신(박해일) 장군의 면모를 제대로 부각시키면서 거의 슈퍼히어로 무비를 보는 것 같은 쾌감을 선사했다.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쇠못이 박힌 구선(거북선)이 떼로 등장할 때의 감동과 카타르시스란. 정말이지 웬만한 슈퍼히어로 무비 저리 가라더라. 그렇다. 노량해전까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헐리우드와는 색깔이 다른 한국형 슈퍼히어로 무비가 완성된 것이다. 그것도 온전히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한편, 김한민 감독은 이번 <노량:죽음의 바다>를 통해선 이순신 장군의 죽음에 대해 많은 고민을 담아냈더라. 실제로 그의 죽음에 대해선 사료 상으로 몇가지 설이 존재하는데 감독은 그 중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설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한 듯 하다. 바로 죽기 직전 투구까지 벗어던진 채 북을 치며 병사들을 독려하는 장면 때문인데 감독이 장군의 마지막 모습을 그렇게 그려낸 건 그게 이순신이라는 위인의 순수성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능한 선조의 시기와 질투 속에서 왜란으로 죽은 백성들과 자신의 부하들을 너무도 사랑했던 사람이었기에 당신 스스로는 죽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왜군들을 뒤쫓아 섬멸하려 했던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그는 위인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이었던 거다.

실제로 이순신 장군이 살아 생전 직접 남긴 ‘난중일기(亂中日記)’만 봐도 23전 23승이라는 신화 뒤로 그가 얼마나 인간적인 사람이었지를 잘 알 수 있다. 칠천량 전투에서 대패한 원균에 대한 뒷담화부터 기생을 끼고 술을 마신 이야기까지 그는 임진왜란 당시의 기록을 있는 그대로 일기에 담아냈다.

그렇다는 건 스스로는 후세에 이토록 위대한 사람으로 칭송받을 거라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뜻이 아닐까. 장군님, 언제부턴가 <벌거벗은 세계사> 등을 통해 위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을 제법 찾아보고 있는데 정말이지 당신처럼 완벽한 위인은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사랑합니다. 존경하구요. <서울의 봄>이나 <노량:죽음의 바다>나 결국은 장군들의 이야기. 하지만 전두환씨고, 장태완 장군이고, 이순신 장군님이시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일부러 실제 노량해전이 일어났던 12월로 개봉시기를 정했던 김한민 감독은 한 토크 프로에 나와 만약 이순신 장군을 직접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더라. “넙죽 큰 절 한번 드릴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장군님도 그냥 이렇게 지켜보지 않을까요? 묵묵히, 과묵하게. 그리고 나서 한번 쓰다듬어 주시면 더 좋겠지만. 그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고. 어쨌든 뭐 그렇습니다”.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장하세요.

2023년 12월 20일 개봉. 러닝타임 153분.

이상길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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