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하게 보여도 가족·동료·이웃‘별’같은 존재”
“희미하게 보여도 가족·동료·이웃‘별’같은 존재”
  • 김하늘
  • 승인 2024.01.30 21: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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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울산의 별’ 정기혁 감독, 인터뷰서 탄생 비화·제작 과정 전해… 노동자 삶 담아내기 위해 노력
영화 울산의 별 제작한 정기혁 감독.
영화 울산의 별 제작한 정기혁 감독.

“도시가 성장하면서 광해(빛공해)에 가려 별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언제나 별은 존재한다. 희미하게 보일지언정 가족, 동료, 이웃 등이 그 ‘별’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울산 조선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울산의 별’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메가폰을 잡은 정기혁(47·사진) 감독은 30일 울산제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탄생 비화부터 제작 과정까지 두루두루 전했다.

영화는 주인공 ‘윤화’가 오래전 사고사로 남편을 잃고 조선소에서 생계를 유지하던 중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와 설상가상으로 가족들과 갈등까지 겪는 모습을 그리며 시작된다. 이후 가족, 주변인들과의 고민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울산의 별’ 제작은 정 감독 부친의 고향인 울산에서의 평범한 대화에서 시작됐다.

그는 “2018년에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하게 됐는데, 그 당시에는 조선소에 위기론이 있었다. 필연적으로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들도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와 관련한 주제로 사촌형과 대화 중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삶을 영화에 정확하게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감독은 털어놨다.

그는 “블루칼라(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의 삶을 경험해본 적은 없었지만 ‘동질감’을 느꼈다. 직업과 관계없이 대한민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본질은 조금 다르지만 각자 비슷한 고민거리가 있을 것 같았다”며 “하지만 그들의 삶을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워 사촌형에게 질문하며 그들의 일상과 고민을 파악했고, 유사 업종 종사자들도 인터뷰하면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동질감’을 느꼈다고 하지만 남성 노동자가 아닌 여성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하게 된 배경에 대해 그는 “이 부분은 넓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최초에는 남성이 주인공이었지만 세상에는 남자뿐만 아니라 절반에 가까운 여성 노동자가 존재하는데 단순히 남성의 노동, 가장의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쉬웠다”며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내 위로 누나 3명이 있어, 여성 문제에 이해도가 스스로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젠더 이슈나 여성 노동자 등에 대한 이해와 반성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생각에 여성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동자분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에 대해 감독은 다양한 반응을 마주했다고도 전했다. “어떤 분들은 우리 얘기를 나쁘게 쓰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기도 했고, 또 어떤 분들은 호의적이기도 했다”며 “노동자 사이에도 계급이 존재하며(정규직, 비정규직 등), 이는 영화에 모두 담기 어려웠던 고민 중에 하나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들을 깊이 있게 다뤘다기보다는 넓게 다뤘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그들의 삶을 잠깐의 인터뷰로 공감할 수는 있겠지만 완벽히 담아내기는 어려웠다”며 “넓은 의미로 나 역시 노동자라는 공통분모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려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그는 “살다보면 아군이 없는 것 같고, 모두 적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빛공해에 가려 별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언제나 별은 존재한다. 희미하게 보일지언정 가족, 동료, 이웃 등이 그 ‘별’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통해 절망적인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이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가족 간의 세대차이와 다양한 시각을 다루면서 서로 타협하고 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지난해 11~12월에 촬영을 모두 마쳤다. 차기작 또한 여성 서사를 다뤘는데,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주제로 했다”며 “영화감독도 담론을 제기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보니 그런 의미에서 여성 서사에 대한 시나리오 작업과 촬영까지 마친 상황”이라며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울산의 별’이 울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도 울산에 개봉관과 상영관이 적다. 영화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기혁 감독은 영화 ‘울산의 별’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수상했다. 또 주연을 맡은 김금순 배우는 올해의 배우상에 선정됐다. 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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