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파수꾼] ‘안전’과 ‘안정’을 잇는 위험예지 활동
[안전파수꾼] ‘안전’과 ‘안정’을 잇는 위험예지 활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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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가왕 조용필의 노래가 출근 차 안에 조용히 울려 퍼진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에 가볍게 따라 흥얼거리며 사무실에 도착한다. 갑진년(甲辰年) 2024년 첫 출근 아침 풍경이다.

새 다이어리에 1월 일정을 찬찬히 기록하며 챙겨야 할 일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부서원들과의 첫 미팅을 준비한다. 서두르지 않고 우선순위를 고려해 하나하나 정리하면, 아주 특별한 긴급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진행할 수 있다.

안전보건공단 사고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8년~2022년 5년 사이 사망자는 무려 1천500여명, 재해자는 57만여명에 달했다. 국가 발전의 중추인 산업역군과 그 가족이 안타까운 사망이나 부상, 질병으로 고통받는다는 사실에 혼란스럽고 무거운 마음을 차마 떨칠 수 없다. 최근에는 세계 최하위 출생률, 급격한 고령화사회 진입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일손 부족과 지방소멸 위기가 겹치면서 외국인 근로자 확대 등 여러 정책적 해법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켜야 할 근로자는 지척에 있지 않은가?

사고통계 데이터를 보면, 20인 이하 사업장에서 50대 작업자의 사고율이 가장 높다. 부모를 부양하고 자녀의 학업과 결혼 그리고 본인의 노후까지 걱정해야 하는 50대 중년이, 평생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하나씩 성취하고 보람을 느껴야 할 시기에, 안전사고로 생명이나 신체 일부를 잃는 것은 재해자와 그 가족의 재앙이다.

사고원인은 사업장의 열악한 안전관리 시스템, 낮은 기능 습득 수준, 절차 미준수 등 인재(人災) 성격의 사고가 많다. 그러나 50대 중년 근로자의 보편적 현실은 사고 예방 차원에서 추가적 접근이 필요하다. 인생 후반을 준비하면서 부모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로부터 대부분 자유롭지 못한 한국 50대의 현실을 뜻한다. 그러므로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급하고 시간에 쫓기는 심리적 압박상황 속에서 일하는 연령대가 50대다.

사고 발생 후 조사를 진행할 때 사고현장 상황, 기계 및 장비 상태, 관리감독, 절차이행 여부 등 사실관계에 초점을 맞춰 직접요인과 간접요인을 도출하고 예방대책을 수립한다. 조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객관적·물리적 부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 필자가 근로손실 사고를 조사할 때 재해자와의 감성적 인터뷰를 통해 사고 당시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면, 실제 사고가 날 수 있었던 개연성이 좀 더 명확해지는 경우가 많다. 즉, 대부분 사고의 잠재적 배경에는 근로자의 심리 상태나 감정 등의 의식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위험에 대한 인지 부족, 의도하지 않은 압박, 집중력 부족, 위험의 과소평가 등이 사고 뒤에 숨어 있는 것이다.

두뇌가 작업 환경에 집중하지 못한 상태의 행동은 우뇌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기존의 경험과 방식대로 기계적으로 나타나고, 주변의 변화에 무뎌지는 직관적 행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처음 운전 기능을 습득하면 이후 계속 운전을 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생소한 지역이나 신호체계가 매우 복잡한 길에 들어서면 의도적으로 좌뇌를 이용해 분석적 생각으로 주변 상황을 세심히 관찰하고 변화에 대응한다.

이런 원리가 현장에 적용되어 근로자를 의도적으로 안정적 상태에서 작업에 임하도록 하는 활동 유형이 작업 전 위험예지 활동이다. 다양한 심리나 감정 상태의 근로자를 분석적 판단으로 유도하도록 당일 작업에 수반되는 위험요인을 찾고, 안전(安全)과 안정(安定)을 확보하는 데 꼭 필요한 방법이다. 매일매일 나 자신에게 보험을 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언제 걸릴지도 모를 암보험은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현장에서 추락이나 끼임 등으로 사망 또는 중대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경우에 대비한 스스로의 보험에는 매우 인색한 듯하다.

안전의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안정의 가치를 이해하는 ‘매일 10분간의 위험예지 활동’이, 산업현장에서 귀하고 소중한 역군들의 안전과 안정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멋지게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경민 티케이엘리베이터 이사·안전보건경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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