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단상] 쉼을 사랑하는 당신은 아름답다
[행정단상] 쉼을 사랑하는 당신은 아름답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2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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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었다. 여름철의 푸른 잎들은 온데간데없고 본래의 나뭇가지만 앙상한 채 잎들은 먼저 떨어져 나가고 없다. 텃밭에 매달려 있던 열매와 잎들도 다 떨어져 버린 지 오래고, 조금씩 얼어들어 가는 땅 위에 그 잔여물들만 소복이 쌓여가고 있다.

학교는 어떨까?

1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고단한 시간을 보낸 선생님들과 그사이 또 훌쩍 성장해 버린 아이들의 마무리 시간이 시작된다. 졸업하는 학생들은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서로 친해진 친구들과는 섭섭해서 울기도 하고 곧 다가올 방학에 마냥 설렌다며 수다를 떨기도 한다. 선생님들 또한 그새 정들어 버린 제자들을 떠나보내며 쓸쓸한 감정을 느끼게 될 터이고, 한편으로는 방학 기간이 재충전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1년의 끝자락에 겨울이 온다는 것은 이처럼 누군가에게 쓸쓸함을 주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휴식의 시간을 주기도 한다. 겨울바람이 부는 동안 나뭇가지에 잎은 떨어지고 없지만, 겨울눈은 그 속에서 성장을 거듭한다. 겨울눈은 다시 찾아올 봄을 위해 영양분을 저장해 두었다가 싹을 틔우고 꽃이 되어 결국은 열매가 된다.

텃밭은 땅속의 나쁜 병균들을 추운 겨울 날씨 속에서 천연 소독을 하고 떨어진 잎들은 천연퇴비가 되어 그동안 소모된 땅의 힘을 회복시켜 준다. 이처럼 충분히 쉬어야 다음 계절에도 다시 새싹을 틔우고 잎을 만들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겨울의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황량한 허무함이 아니라 고요하고 숭고한 아름다움의 시간이다.

겨울방학도 분명 이런 자연의 흐름 속에 주어지는 좋은 쉼의 기회일 것이다. 학생들은 그동안의 학업을 정리하고 자신만의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학교 바깥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활동에 몸을 맡길 것이고, 선생님들은 잠시 학교를 떠나 여행도 하고 취미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지쳐버린 몸과 영혼을 치유할 것이다.

겨울 동안 학교는 모든 이들을 위한 쉼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고 보면 교육의 현장인 학교에서 이런 자연의 흐름에 따라 쉼의 시간을 직접 가져볼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방학이 주어지지 않는 직업들이 훨씬 많은 것을 생각한다면 한 학기씩 마치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개인적인 욕심이나마 학교 밖에서도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일터에서 1년 동안 계속 일만 하는 것이 아닌, 직장 안에서 방학 기간을 갖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왜냐하면, 겨울을 보낸 자연이 다가올 봄에 더욱 활기차게 피어나는 것처럼 쉼이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아름답고 창조적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학생과 선생님들이 잠시 떠난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며 다가올 3월의 개학을 바라보며 밝은 미소로 학교를 다시 찾는 그들을 위해 매일 학교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음을…. 쉼이 시작되는 겨울 앞에 서서 쉼의 시간을 가지는 자연들을 보고 있으니 쉼을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최상국 양지초등학교 행정실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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