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요리 45년 노포 ‘신생원’ 폐업 기로
중화요리 45년 노포 ‘신생원’ 폐업 기로
  • 강귀일
  • 승인 2024.01.25 21: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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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2동 맛집으로 유명… 창업주 별세 후 딸 운영
‘20년 된 주방’ 주차공간 무단사용에 남구 시정명령
“대체공간 없고 영업 예전만 못해 문 닫아야”
울산시 남구 신정2동 푸른마을에서 45년 동안 자리를 지킨 중화요리 노포 신생원(新生園). 20년간 사용한 주방이 주차장 공간에 지어졌다는 이유로 폐업위기에 몰려 있다.
울산시 남구 신정2동 푸른마을에서 45년 동안 자리를 지킨 중화요리 노포 신생원(新生園). 20년간 사용한 주방이 주차장 공간에 지어졌다는 이유로 폐업위기에 몰려 있다.

울산시 남구 신정2동 푸른마을에서 45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던 중화요리점 신생원(新生園)이 폐업 위기에 몰려 단골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0년 동안 사용하던 주방이 주차장 공간에 들어섰다는 것이 이유다.

울산시 남구는 이 이유로 신생원에 지난해 7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신생원 건물은 2004년 준공됐다. 대지 162㎡에 지상 4층 규모로 1층과 2층은 영업장이고 3, 4층은 살림집이다.

현재 신생원을 운영하고 있는 창업주 고 강춘덕씨의 딸 계영(67)씨는 “20년전에 건축업자에 맡겨 건물을 지어 지금까지 이대로 사용하고 있었다”며 “건물의 구조상 주방을 헐면 주방 대체공간이 나오지 않아 원상복구를 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남구는 시정명령에 이어 지난해 말 강제이행금 부과까지 예고했다. 차량 2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무단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과태료는 연간 약 2천만원 정도이다. 이에 대해 신생원 측은 “영업이 예전 같지 않아 이 정도 돈을 부담하면서 영업하는 것은 불가능해 다음 달 중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아쉬워했다. 현재 신생원에서는 중국인 2명을 포함한 6명이 일하고 있다.

신생원 벽면에 걸려 있는 표창장들. 창업주 고 강춘덕씨가 지역 봉사활동에 앞장서 받은 것들이다.
신생원 벽면에 걸려 있는 표창장들. 창업주 고 강춘덕씨가 지역 봉사활동에 앞장서 받은 것들이다.

신생원은 1979년 지금의 자리에서 중국 산둥성(山東省) 출신 화교인 고 강춘덕씨가 문을 열었다. 신생원은 인근 주민들은 물론 이웃해 있는 학성고와 학성중, 신정고, 서여중 등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자주 찾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울산의 중화요리 노포로 자리 잡았다. 1965년 전라북도지사로부터 조리사면허를 받은 강씨의 솜씨는 국내 최고참 중화요리 주방장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신생원은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할인된 음식값을 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창업주 강씨는 1944년 중일전쟁의 전화를 피해 황해를 건넜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중공군이 가담하자 국군에서 모집한 화교청년수색대의 일원으로 참전했다. 강씨는 50여명의 동료 화교 대원들과 함께 중공군을 대상으로 하는 첩보활동과 포로심문, 선무공작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유엔군과 국군의 반격에 기여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보훈당국으로부터는 어떠한 보상이나 예우를 받지 못한 채 2020년 별세했다.

강씨는 신생원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에도 앞장섰다. 지금도 신생원 벽면에는 1993년 울산시 남구청장으로부터 받은 표창장과 2002년 박맹우 울산시장으로부터 받은 표창장이 걸려 있다.

학창시절 차갑게 식은 도시락을 신생원에 가져가 짬뽕 국물에 말아 먹은 적이 있다는 A씨(60)는 이 소식을 듣고 “짬뽕 국물이 식었다며 뜨거운 국물을 더 부어 주시던 영감님의 후덕한 인심을 잊을 수 없는데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자주 이 집에서 회식을 했다는 B씨(65)는 “어르신의 요리 솜씨는 최고였다”며 “만년에도 주방 앞 의자에 앉아 손님들을 맞이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아쉬워했다.

신생원 벽면에는 창업주 강씨와 동향 친구이면서 울산지역의 서예가로 이름이 높았던 고(故) 소봉(少峰) 모성수(牟性修) 선생의 휘호 ‘勝友如雲(승우여운, 훌륭한 벗들이 마치 구름 같다)’ 액자가 걸려 있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강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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