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람, 분배의 방식
숲과 바람, 분배의 방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2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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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구 서동로타리 인근에 한 음식점이 생겼다. 이 음식점에서는 손님이 테이블에 앉아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면 배달로보트가 음식을 가져다 준다. 종업원들은 손님을 응대하는데, 키오스크 주문을 도와주고 식사후 테이블 뒤정리를 한다. 꽤 넓은 매장 안을 담당하는 종업원은 2~3명에 불과하다. 음식점 주인 A씨는 시설 규모를 보면 서비스종업원을 5~6명을 둬야 하지만 키오스크와 배달로보트 시스템을 도입해 영업 인건비(고정비)를 줄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앞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새로운 기술이 대체하는 분야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국제가전박람회(CES)가 개최됐다. 마침 울산시 김두겸 시장도 해외사절단 일정 겹쳐 라스베이거스CES를 둘러봤다. 올해 CES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였다. 정보통신과 결합한 AI는 시공간의 벽을 허물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세상을 보여준 게 이번 CES의 메시지다. 첨단기술은 세상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장애인과 같은 거동불편자의 이동권에 도움을 주고, 의학분야는 수명연장과 같은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첨단기술이 가져오는 변화의 속도는 너무 빨라 내년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다.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는 불편하고 불안하다. 이 불편한 불안감이 ‘(우리 세대)지금은 아니다’고 자위해 보지만 급류처럼 밀려오는 ‘미래의 물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렇게 서두를 장황하게 나열하는 것은 ‘부의 분배 방식’을 말하기 위해서다. 첨단기술이 가져올 미래 변화를 위해 지금 준비 하자는 제언이다. 이런 제언에는 김 시장의 라스베이커스CES 참관이 계기가 됐다. 첨단기술의 현장에서 다시 생각해볼 제언이 됐으면 해서다.

김 시장은 연초 기자들과의 환담에서 울산시 올해 시정 비전을 밝히며 ‘숲과 바람’의 비유를 들어 말한바 있다. 숲은 ‘더 큰 울산’이다. 이를 위해 추진하는 각종 정책이 ‘바람’이다. 김 시장은 숲을 위해 여러 일을 하는데 바람이 일고 바람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바람을 유심히 잘 살펴달라는 당부다. 김 시장의 시정은 ‘기승전결’ 모두 미래 곳간의 창출에 있다. 기업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가 울산을 지속가능한 미래도시로 만든다. 이를 위해 김 시장은 오로지 뜀박질을 하고 있다. 그 성과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울산의 인구가 지난해 9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 공백을 새로운 젊은청년들이 채우고 있다. 울산공업단지 60년의 피로도가 개선되고 있다. 울산이 다시 미래 60년 산업수도로의 곳간을 채워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한 산들바람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때론 태풍이 되기도 한다. 일자리가 창출 된다는 것은 노동을 통한 ‘부의 분배’다. 김 시장은 이를 ‘생산적 복지’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지난 세기 가져왔던 부의 분배 가치였다.

빠르게 다가올 미래에서도 이 ‘생산적 복지’는 여전할 것이다. 다만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전통적 노동방식에서 분배되는 ‘부의 분배 가치’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라스베이거스CES에서 나타나듯이 첨단기술은 인간 노동시장을 잠식할 것은 불문가지다. 사람없는 공장인 전동화의 가속으로 ‘스마트팩토리’ 시대가 될 때 부의 분배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물론 첨단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일자리도 더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노동에 의한 부의 분배’는 절대적 가치기준이 되진 못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미래에 대한 불편한 불안감이다. 지금부터 다가올 미래를 위해 ‘부의 분배 방식’를 논의하지 않으면, 상쾌한 산들바람이 ‘태풍’을 변할 가능성이 크다.

정인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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