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내게 편히 마음을 기댈 수 있도록
-302-내게 편히 마음을 기댈 수 있도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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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불필요할 정도로 과도한 경쟁과 평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의 발달로 행복조차 과시하며,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일상의 모습들을 찍어 올리면서 끊임없이 자랑하기에 바쁘다.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시켜놓고도 음식이 다 식어 말라가도록 사진을 찍느라 바쁜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다른 이들의 눈에 비치는 화려한 모습을 유지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살필 여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동안 오롯이 상대에게 집중하고 소중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집중의 시간.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연연하느라 내면의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누구나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그것이 사람이어도 아니어도 좋다. 때로는 사람보다 낫다는 이야길 하며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에 마음을 기대어 위로받고 살아가는 이도 많다. 그러나 사람만이 전해줄 수 있는 온기와 공감의 위로는 분명히 다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애를 쓴다. 그 모습이 순종하는 모습이기도 해서, 남다른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때로는 사랑의 표현이 잘못 학습되어 사춘기 아이처럼 반항하기도 하나, 종국에 가서는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하다. 이러한 마음의 소리가 채워지지 않을 때, 내면으로부터 갈증을 느끼고 정서적 결핍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새해를 맞이하며 주변을 돌아보니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정작 새해 인사를 하며, 소중한 가족과 지인에게는 ‘편안하다, 만만하다, 내 사람이다’라는 이유로 홀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소중한 것들을 당연시해선 안 된다. 편안한 사람일수록, 가까운 관계일수록 지켜야 하는 선은 분명히 존재하며, 더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관계의 지혜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성적표를 받는다. 어려움을 겪으며 삶의 고비마다 가느다란 체에 모래를 거르듯, 위기를 함께 헤쳐나온 진정한 사람들이 내 재산이다. 나이가 들면서 매해 받는 성적표는 주변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아닐까.

기회는 무릇 사람을 통해 온다. 그러나 자신과 대화하는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을 통하여 기회가 오더라도, 그것을 진정 자신의 성장 도구로 만드는 지혜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과도한 경쟁과 평가에 길들여 있다. 정작 중요한 내면의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과 대화하는 능력은 점점 퇴화하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보람을 느끼고 가슴이 뛰는지 나와의 대화를 시도하자. ‘자아성찰(自我省察)’이 끊임없이 필요한 이유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힘든 순간에는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용기도 필요하다. 때로는 내가 지금 힘들고 아프노라 인정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누구나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위기와 고난을 겪게 된다. 그 순간에도 믿어주고 응원해주며, 손을 내밀어준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는 생(生)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금년에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더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아직은 세상이 살만하네!” 희망을 주는 삶의 귀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 함께 나누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어려운 시기에 곁을 묵묵히 지키며 믿어주고 응원해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이경아 울산정주간보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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