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특화시장 화재, 강 건너 불 아니다
서천특화시장 화재, 강 건너 불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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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밤 11시쯤 충남 서천군 서천읍의 서천특화시장에서 큰불이 나면서 엄청난 피해도 같이 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292개 점포 가운데 수산물동과 식당동, 일반동 안의 점포 227개가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23일 화재 현장을 둘러본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가능한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시장 복구와 상인들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일에 행정력을 쏟아붓기로 했다. 어쩌다 그처럼 큰불이, 설 대목을 보름 남짓 앞두고 났을까.

정확한 화인은 합동 현장 감식을 거쳐야 알 수 있겠지만 소방당국의 1차 보고는 화인을 대강이나마 짐작하게 해준다. 김영배 서천소방서장은 이날 오전 화재 현장 브리핑에서 “수산물 1층 점포에서 불꽃이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점포들이 이어져 있고, 불이 쉽게 번지는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돼 있는 데다, 강풍까지 불어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다”고 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서 간추리면, 이런 결론이 날 수 있다. “22일 한밤중에 난 서천 전통시장 화재는 1층 수산물동의 한 점포에서 스파크가 튀며 시작됐고, 서로 이어져 있는 점포 구조와 강한 바람이 화재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졸지에 빈털터리가 된 시장 상인들이다. “설 대목이라 건어물을 많이 들여놨는데, 다 팔지도 못하고…” 80대 초반의 상인 K씨의 넋두리다.

현지 소식통들은 하룻밤 새 날벼락을 맞아 일터와 재산을 모두 잃게 된 상인들이 내쉬는 것은 한숨뿐이었다고 전했다.

서천특화시장 화재를 보고 울산시민 중에는 ‘기시감(旣視感)이 들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분도 있다. 5년 전(2019년) 1월 24일 새벽 2시쯤 울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수산소매동 점포가 모조리 불에 타 잿더미로 변한 사실이 문득 떠오른다는 것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제격일 것이다.

5년 전 울산의 일을 돌이켜보자. 불이 난 때가 그해 설 명절을 일주일 남짓 앞둔 시점의 한밤중이었고, 그 뒤 이어진 ‘임시 판매장 설치→재축(再築=무너진 건축물을 다시 세우는 일)’ 등의 상황 전개가 매우 비슷해 보여서일 것이다. 뜻하지 않은 큰불로 하루아침에 생계수단마저 잃었던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소매동 상인들은 비통한 심정을 누가 모르겠는가.

염려되는 것은,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가 울산시민들에게 ‘강 건너 불’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한 큰불이, 우리 울산에서는 절대 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절실한 것이 설 명절 시기의 화재 예방을 위한 특별점검을 비롯한 자구책 마련과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에는 유관기관뿐만 아니라 시장 상인들도 한마음이 되어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최근 며칠은 북극한파와 강풍이 연거푸 몰아쳐 화재 위험이 어느 때보다 더 커진 상태다. 명절 시기의 화재로 재산을 잃고 가슴을 치는 일이 없도록 시민 모두 긴장의 끈을 풀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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