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맨발 걷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독자위원 칼럼] ‘맨발 걷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2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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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갑자기 맨발 걷기 열풍이 전국을 휘몰아치고 있다. 사실상 맨발 걷기는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때부터 시작됐다. 어린 시절에 신발을 분실하거나 친구들과 장난치면서 맨발로 걷는 경우는 있었지만, 요즘처럼 맨발 걷기를 마치 아주 훌륭한 건강 운동으로 생각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포털이나 유튜브를 검색하면 맨발 걷기 덕분에 관절염, 불면증, 고혈압, 당뇨병 등이 좋아졌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암이나 뇌졸중까지도 치료했다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 모든 주장은 그저 몇몇 일반인들이 자신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경험담을 얘기하는 것일 뿐, 실제 객관적으로나 과학적으로 검증된 임상시험의 결과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맨발 걷기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몇몇 사람은 공영방송에 출연하여 자신만의 궤변으로 맨발 걷기의 근거를 다소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몸에서 염증과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는 양전하를 띈다. 그리고 땅에는 자유전자라고 하는 음이온이 굉장히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맨발로 땅을 밟으면 땅과 몸이 하나로 연결되어 자유전자가 몸속으로 들어와 활성산소를 중화시킨다. 이를 접지효과라고 하며, 이처럼 땅과 몸을 연결시키는 것만으로도 불면증, 만성 통증, 스트레스, 염증, 노화 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 아니며 사용한 과학용어도 적절하지 않다. 음이온이란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는 원자나 분자에 전자가 추가로 더 붙은 상태를 말한다. 즉, 전자와 음이온은 서로 다른 물질인 것이다. 또한, 인체 내에서 양이온과 음이온은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이동하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체액이나 운반체와 함께 이동하고 효소가 있어야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맨발로 흙길을 걷더라도 자유전자가 몸속으로 들어올 수 없으며, 더군다나 활성산소를 중화시킬 수도 없다.

실제 과학적으로 검증된 임상시험의 결과를 발표한 논문들을 검색할 수 있는 Pubmed 사이트(pubmed.ncbi.nlm.nih.gov/)에서 ‘맨발 걷기(barefoot walking)’를 검색해보면, 앞서 말한 여러 질병들에 대해 뚜렷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논문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 오히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발에 감염증이나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절대로 맨발로 걷지 말고 반드시 양말과 신발을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물론, 필자가 맨발 걷기의 모든 효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맨발 걷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발바닥 앞과 뒷면은 지압이 된다. 반면 움푹 들어간 곳은 지표면과 접촉이 잘 되질 않는다. 그때 산책로 돌멩이와 나무뿌리 등은 자연이 선사하는 훌륭한 지압 도구가 된다. 자연이 해주는 지압이며 비용이 안 드는 발 마사지다. 지압 효과는 혈액순환의 활성화, 긴장의 완화, 신체 각 기관의 해독작용, 세포의 재생작용 등을 통하여 면역체계가 강화된다. 전문적인 치료사나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걷기만 해도 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인간 수명이 길어진 이유 중 하나는 신발이다. 땅속에는 수많은 세균이 존재하는데, 신발 덕분에 발바닥 감염도 크게 줄고 더 오래 걷고 뛸 수 있어 심폐기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맨발로 걷는 것이 건강에 특별한 효과가 있다기보다는 걷기 그 자체가 건강에 좋은 것이다. 하루 만 보는 약 7km의 거리이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울산시민들에게 ‘하루 만 보 걷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신송우 울들병원 건강연구소장,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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