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자의 발효 이야기 ⑤] 발효(醱酵)와 미생물, 그 놀라운 세계
[이인자의 발효 이야기 ⑤] 발효(醱酵)와 미생물, 그 놀라운 세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2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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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는 ‘미생물의 활동으로 얻어지는 인간에게 유익한 결과물’이라는 단순한 정의를 넘어선다. 이를 깊게 이해하려면 그 핵심, 즉 미생물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발효 과정에서 주요하게 활동하는 미생물로는 곰팡이(mold), 효모(yeast), 그리고 세균(bacteria)이 있다. 이들 미생물의 큰 차이점은 그들의 증식 방법에서 찾을 수 있다.

‘미생물’이라는 용어는 현미경 없이는 볼 수 없는 미세한 생명체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단백질을 주요 구성요소로 가지며, 그 크기는 바이러스에서부터 원생생물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부터 극한의 환경, 심지어 해저 4천m의 심해나 극지방, 대기권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미생물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공간 중 하나는 토양이며, 미생물은 수억 톤의 낙엽(유기물질)을 토양으로 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미생물의 중요성은 그들이 없으면 우리의 자연환경이 파괴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발효식품의 핵심 재료 중 하나인 쌀누룩(Koji)은 ‘Aspergillus Oryzae’라는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 미생물은 발효 과정에서 산소를 흡수하며 탄산가스를 생성한다. 쌀누룩은 일본 GDP에서 5조 엔의 경제적 유발 효과를 가진 중요한 식재료이다. 이 쌀누룩에 관한 재미있는 사건 중 하나는 쌀누룩의 유통 방식 때문에 발생한 혼란이었다.

산소를 좋아하는 쌀누룩을 진공 포장하여 유통을 시작하면서, 진공 포장된 쌀누룩에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嫌氣性) 미생물들이 번식하여 쌀누룩 유통에 큰 혼란이 일어났다. 나도 쌀누룩 개발 초기에 이와 같은 시행착오를 경험한 바가 있다. 다행히 기술을 전수해주신 선생님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발효에 대하여 어깨너머로 배운 사람들이 이와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발효는 미생물과 함께하는 과정이다. 항상 높은 습도와 열기로 일반 세균들의 번식이 활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발효 과정에서는 항상 유해한 미생물들의 공격으로부터 발효물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를 위한 방법의 하나는 유해균의 예방적 살균이다, 순도 83%의 곡물 주정(에탄올)은 식품 관련 살균에 효과적이다. 곡물로 만든 고순도의 에탄올은 높은 증발력과 휘발성으로 미생물의 세포막을 용해하거나 파괴함으로써 강력한 살균 효과를 가진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0.2~0.3%의 과산화초산(過酸化硝酸 Peracetic Acid :CH3CO3H)의 사용이다. 통상적으로 PAA라고 부르는 이 무색의 액체는 세균, 바이러스에 강한 살균력을 가지고 있다. 분해 후 최종결과물은 물과 산소로 남는다. WHO가 탄저균의 소독약으로 추천하는 약품 중의 하나며, 주로 수술용 의료기기의 살균, 소독제로 사용된다.

쌀누룩은 발효 과정에서 ‘코지 산’(酸)(Kojic acid)이라는 유용한 화합물을 생성한다. 이 코지 산은 식물과 동물의 조직에서 색소의 침적을 막아주며, 과일을 잘라 놓았을 때 생기는 갈변을 방지하며, 해조류의 붉은 색 본존에 사용된다 이 화합물은 항균 및 항진균 특성을 지니며 화장품이나 피부 미용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칼럼에서는 발효 미생물이 어떻게 스스로 생존하는가 하는 즉 길항작용(拮抗作用 /Antagonism)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⑥으로 이어짐

이인자 <하늘밥상 소금누룩> 저자

▶⑥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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