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품 없는 도시, ‘울산컵’의 미래
1회용품 없는 도시, ‘울산컵’의 미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21 1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증가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환경부는 2020년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시작으로 2021년 ‘한국형(K) 순환경제 이행계획’, 2022년 ‘전주기 탈플라스틱 대책’ 등을 내놓았다. 1회용품 남용에 대한 시민사회의 높아진 경각심과 요구가 중앙정부의 대책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2022년 12월 2일 국무총리훈령에 따라 개정·시행된 ‘공공기관 일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이하 실천지침)’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민사회는 공공기관의 선도적 참여를 통해 1회용품 없는 생활 실천문화가 확산되길 희망한 것이다.

실천지침의 주요 골자는 공공기관 청사 내 또는 회의·행사에서 일회용품, 플라스틱 생수, 우산비닐 등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이 설립·운영하는 장례식장이나 청사 내 매점·식당·카페 등에서 1회용품의 제공과 판매를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반면, 다회용컵, 장바구니, 음수대, 우산 빗물 제거기 등의 다회용품 사용은 권장하고 있다. 특히, 청사나 각종 행사에서 음식물을 먹거나 제공할 경우, 다회용 용기나 접시를 이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지침의 강제성이 없고, 친환경 행사 개최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아 지침을 준수하는 공공기관은 많지 않은 수준이다. 실제 한국환경연구원(KEI)의 설문조사 결과, 공공기관 관계자의 83.9%가 제로웨이스트 행사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행사의 본래 목적 달성과 추가 예산 확보 문제로 인해 친환경 행사 개최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또 제로웨이스트 행사 전환에 필요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중앙부처의 세부 실행지침 마련’과 ‘관련 산업의 육성(다회용기·디지털 기기 대여, 재사용/재활용 가능한 행사물품 활용 등)’을 들었다. 1회용품 없는 친환경 행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해지는 설문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관련 산업의 육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적용하고 싶어도 전문적인 인프라가 없어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다회용 컵 제공 및 회수대 설치·운영’이라고 한다.

2023년 12월부터 울산시는 일회용 컵 사용 줄이기 확산을 위해 시청 주변 카페 13곳과 협력하여 순환 컵 서비스 시범사업인 ‘울산컵’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울산 최초로 도입된 ‘도돌이컵’과 다른 것은 참여 카페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컵을 수거하여 세척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재공급하는 순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울산컵’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울산지역 공공기관의 친환경 행사에 큰 축을 담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적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다회용 순환 컵 시스템을 도입할 기회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참여 기관이 늘어나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면 다회용 컵에 이어 다회용 식기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실내 행사뿐 아니라 야외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축제에 다회용 컵과 식기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울산컵’이 단순한 순환 컵 서비스 시범사업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1회용품 없는 도시, 제로웨이스트 울산’을 향한 도전의 상징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자면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다회용 순환 컵 서비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울산컵’ 실험에 참여하는 민·관·학의 연계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아무쪼록 ‘울산컵’이 울산의 1회용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제로웨이스트 울산을 향한 도전의 상징으로 성장하길 희망한다.

김희종 울산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장, 재난안전연구센터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