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通의 우리 술 이야기] 백제를 닮고 싶은 술, 한산 소곡주 ⑥
[心通의 우리 술 이야기] 백제를 닮고 싶은 술, 한산 소곡주 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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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샴페인은 일의 성공을 축하하는 곳에 빠지지 않는다. 하얀 거품이 솟구쳐 넘쳐흐르는 모양은 성공의 순간에 어울리는 적절한 시각적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한 샴페인도 처음에는 일반 와인과 다르지 않았다.

샴페인이 생산되는 샹파뉴(Champagne) 지방은 프랑스에서도 북쪽에 위치한다. 그러다 보니 추위가 빨리 찾아와 포도주를 담글 때 1차 발효를 하고 병에 넣게 되는데, 봄에 날이 풀리면 효모들이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하면서 탄산을 만들어 낸다. 문제는 와인을 담은 병이 탄산가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터지고 만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농부들은 이를 ‘악마의 장난’이라며 기피해 왔다.

이 골치 아픈 현상을 해결한 사람이 잘 알려진 ‘동 페리뇽(Dom Pierre Perignon: 1638~1715)’ 수도사다. 깨져버린 병에서 흐르는 와인을 맛본 동 페리농이 ‘별을 맛보고 있다’는 말은 유명한 일화로 전해지고 있다. 페리뇽 수도사는 와인 병이 깨지는 것이 2차 발효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병을 더 두껍게 만들고 코르크 마개로 막아 철사로 고정했다. ‘악마의 장난’이 탁월한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세계 곳곳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해서 ‘샴페인’이라고 불렀다. 샹파뉴 농민들이 발끈하는 것은 당연했으리라. 그리하여 ‘샴페인(Champagne)’이라는 상호는 샹파뉴 지방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에만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지리적 표시제’의 원조인 셈이다.

한산 소곡주도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자 다른 곳에서도 소곡주를 만들어 ‘한산 소곡주’라 부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 대기업에서는 한산 소곡주 상호를 등록하려고 한 일도 있었다. 정부가 ‘농산물 지리적 표시제’를 시행한 것은 그러한 폐단을 없애고 지역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한산 소곡주’ 명칭은 한산에서 생산된 소곡주에만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충남 서천군에서는 ‘한산 소곡주 갤러리’를 지어 이곳에서 지역 특산주인 한산 소곡주를 판매하는 등 홍보와 판매를 도와주고 있다. 그러한 서천군의 노력으로 지금은 소곡주 생산업체가 70여곳이 넘는다.

한산 소곡주는 일반 전통주 레시피보다 누룩은 많이 들어가고 물은 오히려 적게 들어간다. 물이 적게 들어간 술은 단맛이 강하다. 한산 소곡주를 잔에 따랐다. 투명한 황금색 액체가 유리컵을 타고 흐른다. 달콤한 향이 참깨 같은 고소한 향과 섞여 코끝을 자극한다.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단맛이 확 올라오고 감춰져 있던 쓴맛이 살짝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나쁘지가 않다. 목을 타고 흐르는 액체가 짜릿함을 남긴다. 들국화인지 뭔지 모르는 꽃향이 오랫동안 입안을 맴돌며 또다시 한 잔을 부른다.

얼큰한 술기운에 갈대숲이 아름다운 신성리 하구에 섰다. 1천500년 전 소정방(蘇定方)이 당(唐)나라 군사를 이끌고 이곳을 지나갔으리라. 한산의 백성들은 이를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나라를 지키고자 들불처럼 일어났다. 소정방을 막지 못한 그 날의 애절함이 1천500년이 지난 오늘 한산 소곡주에 담겨있다. 이제는 70여명의 정예군이 또다시 뭉쳐 떨쳐 일어나고 있다. 전통주를 지키기 위해, 한산 소곡주를 지키기 위해. 그 맨 앞에 나장연 대표가 깃발을 높이 흔들며 서 있다. (‘한산 소곡주’ 끝)

심규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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