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산산단 하수처리수 이용, 길이 보인다
온산산단 하수처리수 이용, 길이 보인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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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잘 엇길로 빠지던 ‘온산국가산업단지 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제 길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 계기는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이하 사업단)이 17일 연구원 울산본부 대회의실에서 가진 제38회 화학네트워크 포럼이 마련해 주었다.

결론적으로, 이 사업에 따른 기대효과는 매우 커 보인다. 하수처리시설을 거쳐 흘려보내는 하수를 재이용해 대체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배출부하량을 줄임으로써 방류 수역, 즉 울산 연안 바닷물의 수질을 훨씬 더 깨끗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온산국가산단 내 기업체가 이용하는 공업용수는 수자원공사가 취수해 공급하는 낙동강 원수와 침전수다. 기업체들은 이렇게 공급받은 낙동강 물을 정수 처리한 다음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낙동강 원수 사용료는 톤(t)당 420원꼴로 시민들의 식수용 원수 사용료(t당 240원꼴)보다 훨씬 비싼 편이다.

더욱이 여름철 홍수기와 조류(藻類, 일명 ‘녹조라떼’) 발생 시에는 수질 저하로 정수처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조류의 농도가 너무 짙으면 정수처리를 (주)한주에 맡길 수밖에 없어 추가비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산단 내 수요업체는 수자원공사뿐만 아니라 한주에도 비용을 물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몇몇 업체가 구상한 것이 ‘온산국가산단 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이다. 그러나 인식 부족과 협업 차질은 이 사업을 십수년째 표류하도록 만들었다. 2010년 T사가 민간투자사업을 제안했으나, KDI가 ‘적격성 부족’ 판정을 내려 사업이 취소됐다. 2019년에는 영국 ‘레저넌스 자산운용사’가 민간투자사업을 제안하고, 2023년에는 국내 한 시공사가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업단 관계자는 “울산시의 현실을 간과하고 산업단지의 현황과 어려움을 가장 잘 아는 사업단과 공업용수 수요처의 협력 부족으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17일의 포럼은 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 전망이 매우 밝다는 것을 설명하는 자리나 다름없었다. 사업단이 이날 수요업체 임원들과 가진 질의응답 시간은 사실상의 사업설명회 자리였다.

사업단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시설용량이 하루 12만t인 온산수질개선사업소는 하수처리 방류수를 다량 울산 연안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사업단은 재추진 사업이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에서 하루 약 8~10만t의 하수처리수를 MF(마이크로 필터레이션) 및 RO(역삼투) 방식으로 처리해서 얻은 양질의 공업용수를 온산국가산단 내 수요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구 RUPI사업단장은 이날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한 공업용수 사용은 ESG 경영 및 RE100, 탄소중립 달성에 매우 부합할 뿐 아니라 주력산업의 원가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며 신속한 사업추진을 강조했다. ‘하수처리수 재이용 민간투자사업’은 환경부가 적극 권장하는 사업이다. 이번에는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여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끌어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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