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죽음 언제까지
안타까운 죽음 언제까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4.01.1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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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오던 유명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 그를 좋아하던 팬과 국민이 큰 충격을 받았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과 작별하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다 보니 뉴스를 접하는 국민은 ‘또’라는 말로 안타까워한다.

우리나라는 빈국도 아니고 인구가 많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자살하는 사람이 많을까? 최고 자리에 오른 정치 지도자부터 고위 공직자, 기업인, 연예인들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니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가벼운 호기심에서 마약에 손을 댈 수는 있다. 하지만 마약을 투약·판매하거나 유통에 가담하는 일은 처벌을 받아야 하는 범죄 행위다. 법이 금하는 마약 피의자가 되어 조사의 빌미를 제공한 사람의 잘못이 크겠지만 무혐의로 끝날지 피의자로 기소될지는 조사하는 경찰의 몫이다.

그러나 혐의가 있다고 경찰에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으면 출석하는 날부터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문제다. 정치인, 연예인같이 유명인일수록 마약이나 성추행·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 그 사실이 방송으로 공개되고 인터넷을 도배하게 된다. 언론에 공개되면 법정에서 재판을 받기도 전에 방송, 신문,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 여론재판을 받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게 되는 것이다.

고인이 된 배우 이 씨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확실한 물증도 없었고 검사결과 음성 반응이 나왔는데도 경찰에 출석할 때마다 방송에 공개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가 마침내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해도 다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점이 문제다.

피의 사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유명인이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고 하면 기자들은 취재 경쟁을 벌이고 대서특필까지 하다 보니 조사를 받다가 구속이 되기도 전에 극단적 선택으로 인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죄가 있어서 죗값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죄가 있다 해도 귀한 사람의 목숨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므로 검찰, 경찰은 조사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목숨을 보호하는 문제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혐의가 있으면 내사를 충분히 한 다음 언론에 노출되지 않게 출석도 비공개로 하도록 배려하고 편안하게 조사를 받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저출산에 의한 인구 절벽으로 노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2월 1일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일가족 네 명이 한꺼번에 숨진 사건이 있었다. 가장이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것은 죄악이다. 더욱이 가장이라고 가족의 목숨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사람 목숨의 가치는 천하보다 귀하므로 누구도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된다. 인생을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있을 수 있지만 참고 살다 보면 그것 또한 지나가므로 인생을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

“내가 네 곁으로 지나갈 때에 네가 피투성이가 되어 발짓하는 것을 보고 네게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하고…” (에스겔 16장 6절)

사람의 목숨은 존귀하므로 가족이든 국가기관이든 모두 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바꿔야 할 관행이나 제도가 있다면 생명을 지키는 쪽으로 바꾸어 새해에는 안타까운 소식이 더는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 주변에 자살 징조가 보이면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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